수술 급감·응급실 뺑뺑이…“아프면 안돼” 지역민 아우성
2024년 12월 23일(월) 19:15
올해의 광주·전남 이슈 <2> 의정 갈등 지속에 해결방안 묘연
의정 1년 내내 ‘강 대 강’ 대치 계속
전남대·조선대병원 332명 사직
병상 줄고 수술 지연에 환자 한숨
병원들 막대한 경영 손실 쌓여가
휴학 의대생들 내년 복귀 미지수
탄핵정국 속 해법찾기 논의도 중단

/클립아트코리아

“아프면 안돼! 아프면 환자만 손해야”

광주·전남 상급병원의 병상축소, 수술 차질,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빚어지는 등 초유의 의료 사태가 1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리자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상급병원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애초부터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강 대 강’대치를 이어가면서 합의는커녕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의료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피로는 가중되고 있고 병원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 나고 있지만 해결방안은 아직 묘연하다.

광주·전남 지역 거점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의 전공의 각 225명과 107명이 의정갈등으로 지난 3월 사직서를 제출했고 지난 8월 모두 일괄 처리됐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여부와 관계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아직까지 이들은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두 병원은 전공의 이탈과 의료진의 누적된 피로 등 때문에 수술실을 줄이고 병동을 통·페합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진료와 수술 건수 등이 크게 줄면서 입원환자가 급감해 전남대 병원은 3개 병동, 조선대병원은 4개 병동을 폐쇄해 다른 병동과 통합했다. 일부 비어있는 진료과 병실을 폐쇄해 의료인력 재배치를 통해 효율적 운영을 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3월에는 양 대학의 의대교수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설 것 처럼 보였지만, 정부가 강력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나서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에 따라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문의(교수)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간호사들도 진료보조(PA)간호사로 배치되면서 기존 업무에 전공의 들의 일부 업무까지 떠안게 되면서 불법의료 행위 등에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상급병원은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실을 가동하고 입원·외래 환자를 대폭 줄이면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불편과 피해는 더 심해졌다.

수술건수는 의정갈등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응급실 운영은 평소보다 60%나 줄어든 것이다. 입원환자 병상도 전체 병상의 50%대로 뚝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면허 정지를 내걸고 강경대응 했지만 전공의들의 발길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의정갈등이 장기화 되자 병원들은 외래진료 휴진을 검토하기도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중증 신생아를 돌보는 의료인력이 부족해 고위험군 임신부들이 서울 등 타지역으로 이송돼 분만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료만 전담하는 일반의를 모집했지만 응시자는 없었다.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도 전남대병원 2명, 조선대병원 0명만이 지원했다.

병원들은 막대한 경영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적자가 1000억원대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갈등 이후 매달 150억원에 달하는 수익감소가 발생해 11월 현재 1500억원대의 수익감소가 발생했다.

정부가 전년도 전남대병원에 지급된 건강보험급여비의 30%를 선지급을 하고 있어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내년 초 추가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 전남대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 대학의 의대생도 지난 3월초 새학기부터 휴학계를 제출하는 이른바 ‘동맹 휴학’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재학생이 휴학했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미비했다.

올해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들은 내년 3월 복학할 경우 2025학년도 신입생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당장 내년 새 학기부터 대폭 늘어난 인원으로 학사를 운영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휴학생들이 내년에 복학할지 휴학을 또다시 연장할 수도 미지수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의정갈등 논의가 중단됐지만, 여야는 향후 의대정원 증원여부를 놓고 법 개정안을 통한 해법을 제시했다.

여야는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 적정 인원을 심의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2026학년도부터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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