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나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31일 바다의 날까지 10여 개가 넘는다. 학교도 체육 대회, 수학여행, 수련 활동, 진로 체험 등 화창한 날씨만큼 활기찬 교육 활동이 교내외에서 펼쳐진다. 이러한 활동으로 추억을 만들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한다. 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의 공감대 속에 이뤄져야 하는 교육계는 한 가지 교육 정책을 놓고도 다양한 견해가 있기에 참으로 어려움이 많다.

중간고사(학기별 1차 지필 고사)를 앞두고 한 학생이 유행성 ○○○ 진단을 받았다. 전염의 파급이 크고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에 담임 교사, 시험 담당 교사, 보건 교사가 모여 출결 문제를 협의하였다. 전염성이 우려된다는 의사 소견이 있을 경우 등교 중지를 시키고 ‘출석 인정 결석’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학부모는 학교의 몇 가지 제안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시험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치르도록 하였다.

얼마 후 그 학부모가 건의문을 보내왔다. 학교 체육 대회 때 부모 몰래 서클 렌즈를 껴서 눈이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에 보건 시간이나 다른 시간에 서클 렌즈의 문제점을 홍보해 달라는 건의였다. “결코 운이 나빠서 눈병을 얻은 게 아니라는 사실과 사회의 관리 시스템과 안전 기준의 문제를 개인의 운에 맡겨서 책임 지우기 전에 그 중간에서 학교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옳은 말씀이다. 학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교육청의 학생 생활 규칙 개정 권고 사항 중 ‘용모 및 개성 실현의 자유 보장 규정’을 보면 두발, 복장, 장식, 화장 등에 관한 사항은 학생 스스로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학교에서 교복을 정한 경우, 교복을 입도록 교육적 지도를 할 수 있으나 징계나 처벌 중심의 지도는 지양하고, 교복 착용 시기도 학생 개인이 계절별 특성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규칙들이 권고 사항이라고 하지만 ‘학교 민주 인권 친화도 평가 계획’에 학교 평가 지표로 반영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사례는 학습 부진 학생 지도였다. 교육법 시행령에는 학습 부진 학생을 진단하고 지도하게 되어 있다. ‘두드림 학교’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 시스템이다. 한 학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진단 시험 자체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이 교육의 내용이 무엇인지, 교육청의 책임자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설명하고 마무리하는데 며칠 결렸다. 학부모의 요구로 끝내 이 학생은 지도 대상에서 빠졌다.

작가 정채봉은 간결하면서 무명 적삼 같은 글로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아랫글은 그의 ‘낚싯밥’ 전문이다.

악마네의 우두머리가 악마들의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인간 낚시 대회’를 열었다. 악마 중에서 내로라하는 악마들이 서로 다투어 인간 세상으로 낚시질을 떠났다. 저녁 때가 되자 낚시를 떠났던 악마들이 낚시 바구니를 들고서 돌아왔다.

우두머리 악마가 각자의 수확량을 조사하였다. 그런데 놀라운지고. 한 악마의 낚시 바구니에서는 꺼내어도 꺼내어도 인간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가. 우두머리 악마가 말했다. “이번 낚시 대회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네 차지이다. 그런데 무슨 미끼를 썼길래 이렇게 많은 인간들을 낚아 왔느냐?” 대상 수상자 악마가 대답했다. “포기라는 미끼를 썼습니다요. ‘너는 이미 늦었다’ ‘너는 이젠 안 된다’ ‘너는 쓸데가 우리 쪽밖에 없다’ 이런 낚싯밥을 썼더니 이렇게 많이 딸려 왔구먼요.”

세상은 좋아지고 있다는데 수많은 생활 터전에서 부딪치고 쪼개지고 더 날카로워져서 힘들다고 한다. 좋은 계절에 학부모 관련 여러 미담 사례를 두고 극히 일부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단에는 머리를 돌려서 못 본 척, 고개를 숙이고 안 본 척, 시비의 대상은 안 들은 척, 이런 포기의 미끼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