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뺑반’

설 연휴 극장가 대진표가 확정됐다. 주요 배급사들은 설 연휴 전날인 1일부터 6일까지 약 600만명이 극장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영화가 지난해 추석 참패를 거둔 탓에 이번 명절에는 코믹·범죄 액션·SF 등 관객 입맛을 확실히 사로잡을 내실 있는 작품들이 포진했다. 탄탄한 기술력과 작품성을 지닌 해외 영화들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한국영화가 올 설 연휴에는 흥행 바람을 몰지 주목된다.

◇한국 코미디·액션 영화 강세

최근 개봉한 ‘극한직업’과 ‘뺑반’은 ‘명절=코미디·범죄 액션’이라는 공식을 이끌 쌍두마차로 주목받고 있다. 코믹 수사극 ‘극한직업’은 개봉 9일 만에 44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 등 전작에서 감칠맛나는 대사를 구사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 ‘극한직업’은 지난 23일 개봉 당일 36만8000명 동원하며 역대 1월 개봉영화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우고 손익분기점인 230만명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극장가는 이런 흥행 속도가 설 연휴까지 이어질 경우 10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조직을 잡으려 치킨집을 위장 창업했다가 전국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류승룡·이하늬·진선규 등 배우 5명의 ‘케미’(호흡)로 입소문을 탔다. 특히 ‘범죄도시’에서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펼쳤던 진선규의 재발견이 영화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또 현대인의 ‘소울 푸드’로 등극한 치킨을 앞세운 이병헌 감독의 음식 철학이 어우러져 국내 관객이 선호하는 범죄 장르를 맛깔나게 풀어냈다. 15세 관람가.

지난 30일 개봉한 ‘뺑반’은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스피드광 사업가와 이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뺑반)의 활약을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뺑소니 범죄를 전면으로 다뤘고 화끈한 자동차 추격신을 보여준다. 조정석은 웃음기를 빼고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고 류준열·공효진·염정아·전혜진·이성민 등과 호흡을 맞춘다. 130억원의 총제작비가 든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00만명 안팎이다. 15세 관람가.

올 초 개봉한 ‘내 안의 그놈’(강효진 연출)은 187만 명을 동원하면서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조폭 출신 엘리트 기업가와 왕따 고교생의 몸이 바뀌는 내용을 다룬 이 영화에서는 박성웅이 ‘신세계’ 등에서 보여준 근엄한 조폭 이미지를 벗고 망가지는 역할을 소화해 관객의 폭소를 자아냈다. 또 ‘연기돌’로 인정받은 B1A4 출신 진영이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15세 관람가.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녹아있는 ‘말모이’(엄유나 연출)도 누적 관객 270만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을 통과했다.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우리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활약을 그린 ‘말모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선열들을 기리려는 가족 단위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2세 관람가.

◇기술력·작품성 갖춘 외화 추격

‘아바타’ 제작진이 만든 ‘알리타:배틀엔젤’은 오는 5일 설날 관객을 찾는다. ‘타이타닉’,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하고 ‘씬 시티’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26세기 고철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두뇌와 기계의 몸을 가진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최강의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1990년 처음 출판된 일본 SF만화 ‘총몽’이 원작이다. 캐릭터 눈의 홍채나 입술의 잔주름, 머리카락 한올까지 구현한 최신 시각 효과 기술이 압권이다.

로드리게스 감독과 알리타 모델이 된 주연 배우 로사 살라자르 등은 최근 내한해 분위기를 띄웠다. 2009년 개봉해 1349만명을 동원했던 ‘아바타’의 파급력을 넘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세 관람가.

30일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3’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2010년과 2014년 개봉한 1편과 2편은 각각 259만명과 300만명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다. 전체 관람가.

광주극장 등에서 개봉한 ‘가버나움’은 7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아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레바논 베이루트 빈민가에 사는 한 소년을 통해 거리에 방치된 어린이들과 난민 문제 등을 조명한 이 영화는 12살 소년 자인이 ‘자신을 태어나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15세 관람가.

이외 ‘우리가족:라멘샵’, ‘일일시호일’, ‘파이널리스트’, ‘인생 후르츠’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을 광주극장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