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온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그 안타까운 죽음을. 먹고 사는 것조차 막막했던 그들에게 부과되는 건강 보험료는 매달 5만 원. 우리는 막막했던 그들의 삶에 가혹함마저 더했다는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간 건강 보험료 부과 체계는 18년 전의 부과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강산이 두 번은 변했을 세월이지만 소득이 낮은 지역 가입자의 부담은 오히려 커져만 갔고, 소득이 높은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딱지는 두터워져 갔다. 시대 목소리에 부응하는 부과 체계 개편은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8년 7월,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은 사회적 각성과 책임으로 그 첫발을 내딛었다. 2022년까지 진행되는 부과 체계 개편 1단계는 ‘소득이 낮은 자는 보험료를 낮추고, 소득이 높은 자는 피부양자에서 제외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원칙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번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1단계는 소득에 대한 보험료 비중을 확대하고, 생계형 자동차의 부과 점수를 제외하는 등 저소득 지역 가입자를 위한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데 중심을 두었다. 뿐만 아니라 종합 소득 3400만 원 초과자와 같은 고소득자는 피부양자에서 제외하고, 월급 외 소득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등 건강 보험료 형평성 부과에 힘을 쏟았다.

우리가 ‘소득 중심의 건강 보험료 부과 체계’의 시작을 알린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개편된 부과 체계에 근거한 첫 건강 보험료 고지서가 국민들 손에 쥐어졌다. 지역 가입자의 77%인 589만 세대의 보험료가 평균 2만 2000원 낮아졌다. 기존보다 월 평균 2만 원 이상을 덜 내는 셈이며, 연간 26만 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소득 상위 1% 직장인 등 84만 가구는 보험료가 오르거나 안 내던 보험료를 내게 된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은 피부양자 탈락에 따른 신규 부과 대상자가 약 2만 명으로 추산되며, 특히 연금 소득 수령으로 지역 보험료가 인상되는 세대가 약 1만 2000명으로 파악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지역본부에서는 보험료 인상에 따른 민원 응대를 위해 상황별 단계적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지역실정을 반영한 신속 민원 대응 전담팀을 구성하였다.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 체계 시행을 앞두고 졸였던 마음은 기우였을까. “버는 것도 얼마 안되는 데 상대적으로 보험료만 더 많이 낸다”며 형평에 어긋난다는 저소득층의 목소리가 반영된 까닭인지 부과 체계 1단계 개편은 순항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이 과도하다며 항의하는 목소리도 아직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합리적 개편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과 동의를 이끌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부과 체계 개편은 4년 후 2022년 7월 제2차 개편으로 이어 달리게 된다. 긴 여정에 지치지 않고 가는 것은 함께 가는 것이다. 건강 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의 성공은 국민들이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되 서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국민들 삶 속에 안착하는 것이 아닐까. 국민을 위한 건강 보험료 부과 체계는 국민의 요구와 함께 가야할 것이다.

건강 보험료 부과 체계 1단계 개편의 순항이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겠지만 송파 세 모녀에게 1만 3100원으로 줄어든 고지서를 전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