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옥주 수필가] 우리 집 마귀할멈
2018년 08월 21일(화) 00:00 가가
‘우리 집 마귀할멈’ 일본의 수필가 나까무라 오가와(中村おがわ)의 어머니에 대한 글제가 이렇다. 수필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가슴의 글이라 하더라도 하고 많은 어휘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마귀할멈’일까? 가히 충격적이다.
어머니를 주재로 한 수필들은 아주 많다. 체험적 소재가 많은 특성상 그럴 것이다. 수필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는 듯이 등단한 분의 작품 몇 편에는 반드시 모정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기성 작가들도 많이 쓴다. 허나, 가슴 울리는 수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 사람의 이야기가 거의 천편일률적이어서 그렇다.
먼 학교 길에 새벽밥 지어주지 않은 어머니 없고, 다시 공부길 떠날 때 쌀자루, 반찬 단지 머리에 이고 고갯마루 넘지 않은 어머니는 없다. 떠나는 배, 열차는 꼬리를 감췄어도 눈물 손수건 흔들어주지 않은 어머니는 한 사람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위대한 어머니 상으로 한석봉의 어머니, 이이의 어머니, 중국의 맹자 어머님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왔다. 위인전 중에서도 먼저 읽어야 할 필독서였다. “착하고 어진 어머니가 아니면 훌륭한 자식을 낳을 수가 없다”는 ‘사기’의 기록(張湯傳)에 남을 어머니들이다.
어머니들은 자식을 사랑한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피땀도 기쁨이요 주림도 즐겁다. 하지만 다른 한석봉, 다른 이이, 다른 맹자로 태어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모정도 색깔이 다름을 말한 것이지 보통 어머니들의 교육에 잘못이 있고 사랑의 깊이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조건보다는 맞춤 사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집 마귀할멈’을 쓴 오가와는 장애아로 태어났다. 보통의 어머니였다면 그런 자식이 불쌍해서 연민의 정으로 가슴에 품고 감싸고 그러면서도 애달아 했을 것이다. 장애아인 딸을 장애아로 보지 않고 남들과 조금 색다르게 태어난 아이라고 생각하며 길렀다. 밖으로의 따뜻한 정을 버리고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사랑의 잣대로 삼았다. 보이지 않은 피눈물이 장애아를 길러낸 맞춤 모정이다. 이를 알 턱이 없는 오가와는, 어머니가 내 어머니일수가 없는 무서운 마귀로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다섯 살이 되어서야 겨우 걷게 되었다. 학령기가 되어 양호 시설에 넣자는 아버지를 질타하며 “내가 따라다닐 거요”를 선언하고 일반 학교에 넣었다. 보상 없는 마사지사로 딸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것을 희망으로 삼고 살았다.
어머니는 집안일은 모든 자식들에게 고르게 분담시켜 반드시 책임을 완수하게 했다. 큰딸인 오가와의 책임은 계단의 걸레질 청소였다. 수도가 없던 시절이라 펌프로 물을 긷되 펌프질 100번이 목표다. 한 겨울, 펌프로 뽑아 올린 물이 따뜻할 턱이 없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가족으로 대해주지 않을뿐더러 학교가 늦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에 맞추려면 더 일찍 일어나야 할 일, 늦은 잘못은 오가와 자신의 탓이라는 식이었다. 다리가 안 좋으니까 라든가 신체가 마비되어 있으니까는 인정해주지 않았다. “너는 서투르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남들로부터 낙오당한다”가 논리고 주장이었다.
목욕탕 장작불 지피는 것이 서툴다며 몇 번이고 다시 시키고, 걷는 법이 나쁘다고 가파른 언덕길을 매일 반복해서 같이 걸었다. 잠자는 자세가 보기 흉하다며 잠든 딸을 깨우기 일쑤였다. 오가와는 언젠가 마귀할멈을 혼내주겠다고 벼르며, 밤마다 잠들기 전에 무릎을 꿇고, “내일, 어머니와 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어머니가 크게 꾸중하지 않게 하소서, 내가 결코 실수하지 않게 하소서”하고 오래오래 기도했다. 한 번은 견디다 못한 오가와가 가출을 결심하고 나가버렸다. 자식을 잃은 고통을 맛보라는 일종의 반항이었다. 데리러 온 아버지를 따라, 못 이긴 척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제는 좀 상냥해 졌겠지?’ 미루어 속으로 단정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오히려 “나 눈물이 나서 혼났다. 내 딸이 가출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생각하니…. 좀 더 노력해서 가출해 주렴!” 하시는 게 아닌가.
“정말로 나가 버릴 테야”
“그래, 그래, 진짜 가출 말이다. 기다리겠다.”
마침내 오가와가 스스로 집을 나와 혼자의 힘으로 생활하게 됐을 때는 서른 살이었다 한다. 맞춤 자식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수필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밤중에 찾아온 아들을 매몰차게 쫓아 돌려보낸 한석봉의 어머니, 어린 맹자가 학업을 중단하고 집으로 들어섰을 때 짜던 베를 잘라버린 맹모단기(孟母斷機)를 떠올려 준다. 그분들은 찬피 어머니들이어서 그랬을까? 어미 새의 위대함은 알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부화시켜 제대로 기르는데 있다.
어머니를 주재로 한 수필들은 아주 많다. 체험적 소재가 많은 특성상 그럴 것이다. 수필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는 듯이 등단한 분의 작품 몇 편에는 반드시 모정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기성 작가들도 많이 쓴다. 허나, 가슴 울리는 수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 사람의 이야기가 거의 천편일률적이어서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위대한 어머니 상으로 한석봉의 어머니, 이이의 어머니, 중국의 맹자 어머님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왔다. 위인전 중에서도 먼저 읽어야 할 필독서였다. “착하고 어진 어머니가 아니면 훌륭한 자식을 낳을 수가 없다”는 ‘사기’의 기록(張湯傳)에 남을 어머니들이다.
그녀는 다섯 살이 되어서야 겨우 걷게 되었다. 학령기가 되어 양호 시설에 넣자는 아버지를 질타하며 “내가 따라다닐 거요”를 선언하고 일반 학교에 넣었다. 보상 없는 마사지사로 딸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것을 희망으로 삼고 살았다.
어머니는 집안일은 모든 자식들에게 고르게 분담시켜 반드시 책임을 완수하게 했다. 큰딸인 오가와의 책임은 계단의 걸레질 청소였다. 수도가 없던 시절이라 펌프로 물을 긷되 펌프질 100번이 목표다. 한 겨울, 펌프로 뽑아 올린 물이 따뜻할 턱이 없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가족으로 대해주지 않을뿐더러 학교가 늦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에 맞추려면 더 일찍 일어나야 할 일, 늦은 잘못은 오가와 자신의 탓이라는 식이었다. 다리가 안 좋으니까 라든가 신체가 마비되어 있으니까는 인정해주지 않았다. “너는 서투르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남들로부터 낙오당한다”가 논리고 주장이었다.
목욕탕 장작불 지피는 것이 서툴다며 몇 번이고 다시 시키고, 걷는 법이 나쁘다고 가파른 언덕길을 매일 반복해서 같이 걸었다. 잠자는 자세가 보기 흉하다며 잠든 딸을 깨우기 일쑤였다. 오가와는 언젠가 마귀할멈을 혼내주겠다고 벼르며, 밤마다 잠들기 전에 무릎을 꿇고, “내일, 어머니와 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어머니가 크게 꾸중하지 않게 하소서, 내가 결코 실수하지 않게 하소서”하고 오래오래 기도했다. 한 번은 견디다 못한 오가와가 가출을 결심하고 나가버렸다. 자식을 잃은 고통을 맛보라는 일종의 반항이었다. 데리러 온 아버지를 따라, 못 이긴 척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제는 좀 상냥해 졌겠지?’ 미루어 속으로 단정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오히려 “나 눈물이 나서 혼났다. 내 딸이 가출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생각하니…. 좀 더 노력해서 가출해 주렴!” 하시는 게 아닌가.
“정말로 나가 버릴 테야”
“그래, 그래, 진짜 가출 말이다. 기다리겠다.”
마침내 오가와가 스스로 집을 나와 혼자의 힘으로 생활하게 됐을 때는 서른 살이었다 한다. 맞춤 자식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수필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밤중에 찾아온 아들을 매몰차게 쫓아 돌려보낸 한석봉의 어머니, 어린 맹자가 학업을 중단하고 집으로 들어섰을 때 짜던 베를 잘라버린 맹모단기(孟母斷機)를 떠올려 준다. 그분들은 찬피 어머니들이어서 그랬을까? 어미 새의 위대함은 알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부화시켜 제대로 기르는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