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청소년평화교류단’ 일원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7박 8일간 일본 도야마와 나고야에 다녀왔다. 이번 역사 탐방은 그 어떤 여행이나 관광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과 삶의 가치를 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 흔적과 아픔을 찾는 탐방의 시작은 윤봉길 의사 암매장지 방문이었다. 교과서와 역사책을 통해 윤봉길 의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순국 후 유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윤봉길 의사가 일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후, 그의 시신이 가나자와의 한 야산 쓰레기장 통로에 암매장되었다는 것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또 해방이 되고 나서 윤 의사의 암매장된 시신을 찾기 위해 재일 동포들을 중심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게 된 것은 매우 뜻 깊고 감동적이었다.

미쓰비시 군수공장 지하 터널이나 소야마댐 등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 보는 활동 또한 기억에 깊이 남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큰 규모의 공사에 동원되어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특히 미쓰비시전기 지하 터널의 벽에 새겨져 있던 ‘金’, ‘山’과 같은 흔적을 보며, 힘든 노동 속에서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수풀에 가려진 현장에서 체감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남긴 민족의 얼과 한, 그것은 책과 통계 자료를 통해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귀중한 감정이었다. 이번 한일 청소년평화교류단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감동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30여 년간 강제 징용 피해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 활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조차도 금세 싫증을 내고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오늘날, 잘못된 일을 바로잡겠다는 마음 하나로 피해국인 우리 국민조차 외면하는 힘든 일을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이어가는 모습은 행동하는 양심, 그 자체였다.

특히 도야마에 위치한 후지코시 회사 앞에서 근로 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문전 행동’, 즉 시위를 진행하는 ‘호쿠리쿠연락회’ 회원들을 잊을 수 없다. 그 분들은 1000명이 넘는 어린 근로 정신대 소녀들을 데려가 강제 노동을 시키고도 아직 사죄조차 하지 않은 자국의 전범 기업 후지코시의 양심을 꾸짖으며 책임을 촉구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도야마는 후지코시라는 기업의 절대적 영향을 받는 지방 도시다. 그런 곳에서 고령의 회원들이 우익 세력의 조롱과 모욕에도 굴하지 않고 회사 정문 앞을 지키며 당당히 사죄와 배상을 외쳤는데, 그 초연하고 끈기 있는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참관 형식으로 문전 행동을 지켜봤는데, 앞으로 살아가면서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다.

내가 몰랐던 옛날부터 이런 활동을 해온 굳센 의지와 행동력을 지닌 분들이 말할 수 없이 존경스럽고 고마웠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정치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직접 행동하며 문제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다행이었다. 모두 강한 신념과 의지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친절하고 따뜻한 분들이었다. 지금도 이분들은 내 기억 속에 확실히 남아있고, 닮고 싶은 나의 우상이다.

7박 8일의 한일 청소년평화교류단 활동을 통해 오로지 양심에 따라 활동하는 분들을 보면서, 한일 간 역사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진실을 인정하고, 진정한 평화를 바랄 때, 비로소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눈에 보이던 지평선을 한 층 먼 곳으로 확장시키는 시간이었고,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감정을 나누며 진실된 동지라는 감정을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한 교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