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등산을 떠올린다. 광주만큼 크고 웅장한 산을 품고 있는 도시는 없다고 한다. 무등산에는 둘레길이 있다. 서석대와 입석대가 있다. 전통 사찰 증심사와 원효사를 품고 있다. 한국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선생과 한국 서양화의 1세대인 오지호 님의 자취도 남아 있다. 산 아래에는 맛 집도 몰려있어서 찾는 이들이 많다.

무등산은 올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이제 무등산은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로 우뚝 설 것이다. 한편 무등산은 상당히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어서 구심점이나 통일성을 찾기가 어려운 문제점도 있어 보인다.

무등산을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에 대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학동 삼거리에 있는 허백련 선생님 동상을 무등산 국립공원 표지석 부근으로 옮기면 어떨까? 현재의 위치는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동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동상을 의재 미술관 입구 또는 춘설헌으로 옮겨도 좋을 것이다.

금곡동에 있는 분청사기 전시장을 확충하는 것을 제안한다. 강진군이 축제를 열고 토요 장터를 여는 등 청자를 알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 비하면 광주의 분청사기는 홀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광주 분청사기는 그 역사성이나 예술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주변에는 도자기 체험 공간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오지호 선생의 미술관을 더 크게 만들고 작품도 늘렸으면 좋겠다. 오지호 선생뿐 만 아니라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더 많이 모셔오면 좋겠다. 예술가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분들이 남긴 작품이라도 고향으로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무등산 잣 고개에 무진고성이 있는데, 들머리에 크지는 않더라도 성문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무등산으로 들어가는 대문의 이미지와 함께 광주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조성되어 있는 시설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번에는 새로운 시설을 몇 가지 제안해 보기로 하겠다. 평생 천 번도 넘게 무등산을 올랐던 시인. 무등산의 시인으로 불리던 범대순 시인의 동상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동상은 무등산의 경관을 고려해서 산 아래쪽 한적한 곳에 세웠으면 좋겠다.

청소년 오리엔티어링 코스를 개발하면 어떨까? 학생들이 무등산의 품에서 야영도 하고 트레킹도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오리엔티어링 코스는 새롭게 만들 수도 있지만 무등산 둘레길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등산 아래에 공원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크고 요란스러운 공원 말고 산책도 하고 담화도 나눌 수 있는 공원. 깔끔하고 새소리 바람소리가 있는 조용한 시민 공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등산 자락 적당한 곳에 식물원을 조성하는 것도 좋겠다. 이 식물원에는 무등산에 살고 있는 식물을 중심으로 내 고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을 초대해 놓고 자연 학습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무등산은 광주를 대표하는 상징이라는 생각에 무등산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이야기 했다. 사실 이런 제안들은 무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빈축을 살지도 모르겠다. “천년을 넘어 불어오는 무등산 계곡의 바람 소리 하나면 그만이지 무슨 시설이 필요하단 말인가?”라고 말하는 시민. 산을 괴롭히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무등산에 대한 나의 제안들이 알맹이가 아니라 또 하나의 껍데기를 덧씌우는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실 시설이 많다고 해서 브랜드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코펜하겐은 인어공주 상 하나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전주도 한옥마을 하나로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한옥 마을은 역사성 위에 지역의 전통과 가치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지혜가 집약된 곳이라서 눈길을 끈다. 광주도 유구한 역사와 역량을 갖고 있는 도시다. 무등산, 더 나아가 사랑스런 도시 빛고을의 광주다움을 찾고 보전하기 위한 밑그림을 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