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길 국립 자연휴양림관리소 사업지원팀장] 숲, 과학과 문화의 공존
2018년 07월 25일(수) 00:00 가가
지난 2001년 5월 8일, 사상 초유의 혼례식이 있었다. 신랑·신부는 충북 보은의 정이품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와 강원 삼척의 준경묘(태조 이성계의 5대조 양무장군의 묘)에 자라고 있는 수령 115년의 쭉 빠진 소나무다. 정이품송이 있는 충북 보은군수와 강원도 삼척시장이 양가 대표로 참여했다. 당연히 주례는 산림청장이었다. 혼례식이 끝나고 합방의 예가 치러졌다, 나무 잘타는 사람이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화분을 허리춤에 차고 32m높이의 신부 소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붓으로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수술 화분을 찍어 신부 소나무의 암술에 묻히는 작업을 한 후 주변 나무의 꽃가루가 넘보지 못하도록 봉지를 씌웠다.
이렇게해서 충북 보은군과 강원 삼척시는 나무로 사돈지간이 된다. 과학적으로 따지면 한국의 대표 소나무격인 정이품송이 날로 노쇠해지자 혈통 보전을 위해 준경묘의 소나무와 교접시킨 가루받이 행사이다. 이렇게 성공한 정이품송의 200여 후계목들이 성공해서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는데 정이품송의 장자(長子)목은 서울의 남산 자락에 심어져 ‘남산위의 저 소나무’처럼 애국가의 상징이 되고 있다. 물론 DNA 검사 결과에서도 정이품송의 혈통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이품송은 충북 보은군 서원리에 있는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2호, 수령 600년 추정)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서원리 소나무는 서방인 정이품송이 삼척의 미인송과 법률혼을 치르기 전부터 정이품 소나무와 혼인을 했다 하여 ‘정부인 소나무’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정이품송과 삼척의 준경묘 소나무가 혼례를 한다고 하니 서원리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정부인 소나무를 두고 다른 소나무와 혼례를 하여 자식까지 두게 되었으니 이게 될 말인가?” 그래서 1년 뒤인 2002년 정부인 소나무와 뒤늦은 혼례식과 함께 합방례가 치러졌다. 정이품송은 얼떨결에 두 부인을 거느리게 됐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피곤했을 것이다. 실로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있는 나무에 대한 독특한 사랑이다.
우리 민족은 이렇게 소나무도 인간사와 똑같이 취급하는 문화 의식이 있다. 아무리 어렵고 궁핍해도 신성시하는 마을 앞의 당산나무는 절대 손대지 않고 보호하려는 마음도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북한 황해도와 남한 볼음도에 이산(離散) 은행나무가 있다. 나이는 약 800년 이상 되었고 고려 시대부터 황해도 연안 지역에서 같이 살다가 홍수로 떠 내려와 볼음도에 정착한 남편 은행나무(남한 천연기념물 304호)가 북쪽에 남아 있는 부인 은행나무(북한 천연기념물 164호)를 그리워 하며 자꾸 수세가 약해진다고 한다. 북쪽의 남아 있는 부인 은행나무도 자꾸 쇠약해져 북한 사람들이 외롭지 말라고 주변에 새롭게 은행나무를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재혼을 시킨 셈이다. 그런데도 열매가 잘 맺히지 않고 수세가 약해지는데 북한 사람들도 남쪽에 있는 남편 은행나무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수세가 약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로 남북한 모두 나무에 대한 마음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정도면 이산 은행나무들의 합궁례라도 해서 만나게 해야 맘이 편해질 것 같다. 과학적으로 보면 바닷가이다 보니 은행나무 주변에 염해 피해도 발생할 것이고 나무가 노쇠하니 수세가 약해지고 열매도 잘 맺히지 않겠지만 남북한의 사람들은 나무가 서로 헤어져 있다 보니 그리움에 지쳐 수세가 약해진다고 문화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노쇠한 은행나무나 보호수 등을 외과 수술이나 적극적인 병해충 방제로 보호해 나가는 것은 과학의 힘이지만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나무와 숲에 대한 사랑의 정신도 문화의 힘으로 중요하다.
최근 북한의 산림 복구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헐벗은 산림 복구는 사방 사업과 적지적수(適地適樹)의 나무심기, 숲 가꾸기, 병해충 방제 등 우리가 이루었던 과학적인 방법의 치산녹화(治山綠化)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나무와 숲의 사랑 정신을 먼저 일깨워 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가면서 내재되어 있는 나무와 숲 사랑의 정신을 북돋우어 치산녹화의 강한 의지를 갖추게 된다면 북한의 산림 복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이것이 과학과 문화 공존의 힘이다.
북한 황해도와 남한 볼음도에 이산(離散) 은행나무가 있다. 나이는 약 800년 이상 되었고 고려 시대부터 황해도 연안 지역에서 같이 살다가 홍수로 떠 내려와 볼음도에 정착한 남편 은행나무(남한 천연기념물 304호)가 북쪽에 남아 있는 부인 은행나무(북한 천연기념물 164호)를 그리워 하며 자꾸 수세가 약해진다고 한다. 북쪽의 남아 있는 부인 은행나무도 자꾸 쇠약해져 북한 사람들이 외롭지 말라고 주변에 새롭게 은행나무를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재혼을 시킨 셈이다. 그런데도 열매가 잘 맺히지 않고 수세가 약해지는데 북한 사람들도 남쪽에 있는 남편 은행나무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수세가 약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로 남북한 모두 나무에 대한 마음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정도면 이산 은행나무들의 합궁례라도 해서 만나게 해야 맘이 편해질 것 같다. 과학적으로 보면 바닷가이다 보니 은행나무 주변에 염해 피해도 발생할 것이고 나무가 노쇠하니 수세가 약해지고 열매도 잘 맺히지 않겠지만 남북한의 사람들은 나무가 서로 헤어져 있다 보니 그리움에 지쳐 수세가 약해진다고 문화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노쇠한 은행나무나 보호수 등을 외과 수술이나 적극적인 병해충 방제로 보호해 나가는 것은 과학의 힘이지만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나무와 숲에 대한 사랑의 정신도 문화의 힘으로 중요하다.
최근 북한의 산림 복구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헐벗은 산림 복구는 사방 사업과 적지적수(適地適樹)의 나무심기, 숲 가꾸기, 병해충 방제 등 우리가 이루었던 과학적인 방법의 치산녹화(治山綠化)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나무와 숲의 사랑 정신을 먼저 일깨워 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가면서 내재되어 있는 나무와 숲 사랑의 정신을 북돋우어 치산녹화의 강한 의지를 갖추게 된다면 북한의 산림 복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이것이 과학과 문화 공존의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