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가 요사이 예멘 난민으로 시끄럽다. 아름다운 천혜의 섬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명이 들어 왔다고 뉴스뿐만 아니라 SNS도 과열 현상이다.

제주도 인구는 66만 명(2017년) 중 외국인 거주자는 20만 명에 이른다. 이중 절반이 중국인이고 다음은 베트남, 필리핀인이다. 제주 인구의 0,07%, 한국 전체 인구의 10만분의 1, 예멘 난민 500명 때문에 이렇게 야단스러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왠지 음산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같아 걱정이다.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한국에 사는 외국인 거주자는 224만 6137명이고 난민 신청자는 1994년 이후 4만 470명에 이른다. 이중 종교적 사유로 난민을 신청한 사람은 1만 38명, 정치적 사유가 8211명, 특정 구성원 4255명, 인종 2641명 등이다. 하지만 난민 인정자는 839명으로, 난민 통과 확률은 불과 2% 밖에 되지 않는다.

광주대학교 욤비 교수가 인정받은 난민인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난민 인정은 받지 못하였으나 인도적 체류 허가를 얻은 사람은 1540명에 이른다. 법무부는 2018년 6월 1일자로 예멘을 무사증 불허 국가로 지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 난민 신청 허가 폐지 개헌 청원이 60만 명을 넘어선 것을 보니 숨이 막힌다. 국회에서는 법률 개정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내전으로 예멘을 떠나 떠돌던 예멘인 들이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제주 간 직항기가 생기고 제주가 무사증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찾아 왔다가 졸지에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로 낙인찍혔다.

그들의 심경은 어떠할까? 고국을 떠나 지구촌을 떠도는 사람들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하면 난민이라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갑자기 고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무슨 서류를 준비해서 들고 왔겠는가? 그러나 난민을 입증할 증거품이 없으면 끝이다. 이러한 서류 자체가 반(反)다문화이다.

우리와는 문화가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무시한 채 우리나라 행정 서식에 맞추어야만 하는 것이 다문화 사회에서는 변화되어야 한다.

예멘 난민 500명도 내전으로 목숨을 걸고 탈출하였는데 난민을 신청하니 진짜인가 가짜인가를 심사한다니 얼마나 비통할까? 이들 중 80%가 반군과 정부군에 모두 군인으로 끌려 갈 청년들이라고 한다.

우리는 6·25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과 인민군 사이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국민들의 억울한 죽음이 있었음을 안다. 이러한 끔찍한 참상을 아는 한국 사회가 이들을 내몬다면 지구촌의 비난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은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되어 있으며 난민법도 제정되어 있어 이번 예멘인들도 유엔 협약과 난민법을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은 난민을 철저히 통제하는 국가이다. 한국 사회가 예멘 난민 500명을 받아들 수 없을 만큼 불안한 사회인가?

특히 일부 보수 개신교의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어 안타깝다. 성경은 유대 민족의 난민 시절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2000년을 떠 돈 그들의 아픔을 너무도 잘 아는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이 난민을 보듬지 않고 배타시하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다.

800만 명에 이르는 해외 동포의 절반이 난민의 자손이라 한다.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만주, 러시아, 중국으로 떠났던 선조 난민들, 6·25 한국전쟁으로 인해 난민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찾았던 한민족이 왜 이럴까? 제주를 찾은 예멘 난민들에게 잠시 의식주를 해결하여 주고 일할 기회만 주면 모두 고마워 할 것이다. 또 예멘 내전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 갈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구촌은 다문화 사회로 변하였고 민족과 종교, 이념과 사상이 달라 차별 받는 시대가 저물었다. 세계 경제 10위 국가라 외치는 한국이 예멘 난민 500명으로 호들갑 떠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