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100만 촛불이 켜졌던 겨울로부터 어느덧 1년 반이 지나고 있다. 역사적인 촛불 국민 혁명과 탄핵이 열어놓은 기회를 개혁 정치 세력은 명운을 걸고 살려야 할 임무가 있다. 개혁 입법을 성공시켜 항구적인 개혁의 길을 여는 것은 촛불 국민 혁명의 최종 승리를 보증할 것이다.

냉정히 돌아보자. 개혁 입법에 관한 한, 지난 1년여간 문재인 정부는 식물 정부가 아니었나.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그 필요성을 강조한 선거 제도 개혁도, 그 어떤 개혁 법안도 국회를 통과한 바 없다. 여당의 의석수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직을 보유한 기득권 야당의 극력 반대를 넘어설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 여당도 민주평화당 등의 개혁 세력 의원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왔다. 단언하건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지금까지와 똑같은 자세를 보인다면, 우리는 20대 국회의 남은 기간 단 한 건의 개혁 법안도 성공시킬 수 없을 것이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있다. 나는 여러 자리를 통해 ‘개혁 입법 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최근 재·보궐선거를 통해 개혁 세력은 국회 157석 이상을 확보했는데 이들이 ‘개혁 입법 연대’로 굳게 뭉치기만 하면 앞으로 1년 반 여 남은 임기 이내에 모든 개혁 입법을 성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 입법을 성공시킬 최소 의석은 정확히 157석이다. 국회 개혁 세력이 국회의장과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고 전체 회의 과반수는 물론 모든 상임위에서 1석 차 이상 과반수를 이룰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법률은 국회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전체 회의의 사회권을 가진 의장과 상임위의 사회권을 가진 상임위원장들(법사위원장 포함)이 법안 처리에 협력하고 상임위와 전체 회의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모든 개혁 입법이 가능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 의석 180석 이상이어야 소수파의 반대를 물리치고 입법을 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다. 나 자신도 얼마 전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법을 심층 검토하고 전문가들과 토론한 결과 최소 157석의 개혁 입법 연대를 이루면,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개혁 입법을 모두 완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소수파가 안건 조정 회의, 무제한 토론 등의 수단을 활용해 의사 진행을 방해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는 의사 진행을 최장 3~4개월 지연할 수 있을 뿐이지, 궁극적으로 개혁 입법 연대를 통한 입법을 무산시킬 수는 없게 돼 있다.

물론 개혁 입법 연대를 만들더라도 연대 밖의 야당들과도 충분히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렇지만 개혁에 반대하는 소수파가 상임위를 장악하고 제멋대로 입법 자체를 저지하거나 국회를 마비시키는 것은 막아야 한다. 소수파의 횡포를 방치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도, 촛불 민심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개혁 입법 연대는 단순한 원구성 협상 전략이 아니다. 막연히 개혁 세력들이 뭉쳐서 노력하자는 차원도 아니다. 국회 내 개혁 반대파의 저항을 뚫고 수구 기득권 구조의 청산을 본령으로 하는 촛불 혁명의 개혁 과제들을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개혁 입법 연대가 이뤄지면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 과제들을 백퍼센트 법률적, 제도적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상반된 두 길이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와 개혁 세력들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기득권 야당에 상임위원장을 나눠주고 끌려가면 어떠한 개혁 입법도 불가능하다. 반면에 이제부터라도 ‘개혁 입법 연대’로 뭉쳐 국회의 주도권을 확고히 한다면 모든 개혁 입법을 해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가 앞장서서 개혁 입법 연대를 성사시켜야 한다. 과연 대통령과 여당에 20대 국회를 촛불 혁명 완성을 위한 교두보로 만들겠다는 배짱과 의지가 있는가. 그게 없다면 문재인 정부는 개혁 입법에 관한 한 계속 식물 정부로 남게 될 것이다.

개혁 입법 연대는 ‘협상’의 문제가 아닌 ‘결단’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