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을 일컫는데, 오롯이 한국적 특성만을 가진 음악이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문화 선진국이었던 중국의 음악을 수용하여 창조적으로 변용시키고 우리의 실정에 맞게 토착화한 동양 음악의 한 갈래로 개념을 지을 수 있다.

즉 우리나라 민간을 중심으로 토착하여 존재해온 향악과 삼국시대 무렵 중국에서 전래한 당악(唐樂),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들여 온 아악(雅樂)이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형성된 것이다. 향악은 민간에서 널리 향유하는 음악이었고 당악은 왕실의 조회나 연회 등에서 사용되었으며, 아악은 문묘종묘제례악 등 국가적인 제사 음악에 등장하였다.

하나의 국가가 탄생하면 완결성을 가진 제반 사회 제도적 체제 개혁을 실시하고, 마지막 단계의 국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서의 음악 체계가 정비된다. 중국에서는 유교적 예법에 의거한 음악 정비 작업이 송나라 때 완성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300여 년이 지난 조선 세종 대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국가적 제도와 법률이 정착되면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통합하고 모든 구성원간의 상호 화합과 단결을 촉진하는 기제로 음악이 활용되는 것이다. 음악을 통하여 오례(五禮)로 집약되는 최고 경지의 유교적 질서인 예치(禮治)를 구현하고 완성한다는 것이 이른바 ‘예악(禮樂)사상’인 것이다.

즉 엄격하면서 경직성을 가진 법률 제도로 인해 메마르고 거칠어진 사람들의 심성을 부드러우면서 조화로움을 지향하는 음악 언어를 통해 가지런히 정제하고 순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음악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동일한 운명 공동체를 하나로 결속시켜 유지하는 신비로운 마력을 가진 것이다.

사실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애환을 같이하며 풍류 정신을 지배해왔던 전통 음악은 구한말 서양 음악의 급격한 도래와 외세의 국권 침탈 등으로 침체 국면을 좀체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다행스럽게 지난 1970∼1980년대에 이르면서 산업화가 초래한 부작용과 외래 문화의 맹목적 추종에 대한 사회적인 반성에 따른 우리 고유 문화의 복원 노력에 힘입어 국악 분야에서도 교육 및 창작과 공연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많은 국악인들이 마음껏 활동을 전개할 공간은 태부족하고 그들이 회합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제 전통 문화 예술의 본고장인 광주에서 국악 진흥을 위한 관심과 투자가 너무 절실하다. 더욱이 문화가 갖는 가장 중요한 속성은 창의성과 더불어 다양성이라 보았을 때, 특정 분야로의 편중된 문화 육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큰 범주로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로 나누어본다면, 근래 들어 전통 문화 분야는 지역 사회의 지원과 관심의 부족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현대 문화에 있어서도 미술 분야에 대한 편중으로 인해 연극, 문학, 출판 등 여타 장르는 적잖은 어려움에 처해있다. 지역 문화 토양의 다양성 회복과 확보를 위한 상징성 높은 작업의 일환으로 가칭 광주 국악진흥회관의 건립 추진은 나름 중요한 의의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국악진흥회관의 건립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겠다. 먼저 국악 진흥 활동의 총본산으로써 우리 지역 국악의 교육과 창작 및 공연을 체계적으로 육성 관리하는 마당이 될 뿐만 아니라,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한 국악 관련 단체의 업무 공간 등으로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키워나가는 구체적인 장소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간 다소 소외되었던 전통 문화 장르들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활력을 되찾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시적이고 외형적인 성과보다는 국악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결집시키는 강력한 구심력을 형성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고 중요하다고 하겠다.

아무쪼록 우리 지역 국악인과 뜻 있는 다수 시민들의 숙원인 국악진흥회관 건립의 가시적인 성과가 하루 속히 이루어져 남도 전통 문화의 융성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국악 애호인의 확산과 우리 소리의 생활화 및 대중화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