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무더운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강렬한 햇볕 아래서 자라난 곡식과 과일들이 알차게 영글어 갈 것이다. 농부들은 씨를 뿌리고 새싹을 틔워 땀 흘려 키워낸 작물들을 수확하는 기쁨을 누린다.

지방의회가 시작된 1991년 이후 4년 주기로 이맘때가 되면 지난 성과를 측정해보고 새로운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은 인지상정 같다. 마치 대나무가 잠시 성장을 멈추고 단단한 매듭을 지으면서 새 마디를 자라게 하는 것처럼. 오는 30일 끝나게 되는 제7대 의회도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절반으로 여긴다)’의 옛말처럼 아름다운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지난 2014년 7월 출범 후 시의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방 자치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데 큰 노력을 했다. 제228회 개원 임시회를 시작으로 제269회 임시회까지 42회의 회기에 걸쳐 530일간 회의를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조례안 725건, 예산·결산안 62건, 동의·승인안 210건 등 모두 1270건의 의안을 처리했다. 무엇보다 전체 725건의 조례안 중에서 의원 발의가 337건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의회 활동의 보폭도 넓어졌다. 집행 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각종 토론회, 전문가 초청 강연, 의원 연구 모임, 정책 네트워크, 현장 방문을 진행하며 정책적 대안 제시와 시민의 삶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 내륙철도 건설을 위해 대구와 공조 체제를 구축하면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를 통해 정치권과 중앙 정부에 건의했다. 아시아 문화전당 활성화나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성공을 위해 국비 예산 확보에 열정을 쏟았다.

5·18 진상 규명과 군 공항 이전, 2015 U대회 성공 개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과 같은 지역 현안 해결에 노력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등 국가적 이슈에 대해서도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대의 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일은 사람이 한다. 사람이 중요하다. 적재적소에 좋은 인재를 잘 뽑아 배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주시 산하기관장 인사 청문회 제도를 도입했다. 사전 검증을 통해 ‘부적격’ 인사를 걸러낸다는 취지였다. 지방 공기업의 합리적인 경영에 도움이 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

제7대 의회는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친 결과,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 대상, 우수 조례 대상, 대한민국 의정 대상 등 52회에 걸쳐 의원들의 단체와 개인 수상이 이어져 선진 의회로 평가를 받았다. 다음 달이면 광주시 제8대 의회가 새롭게 출범한다. 제7대 의회보다 한 명 더 많은 23명의 의원이 활동하게 된다. 5개 자치구를 대표하는 20명의 지역구 의원과 3명의 비례대표 의원들로 구성되었다. 첫 공식 일정은 7월 9일 진행된다. 제270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각 상임위원회 위원을 선임하게 된다. 의원들은 의회 운영, 행정 자치, 환경 복지, 산업 건설, 교육 문화 등 5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소속되어 활동하게 된다.

지역 의원에게 주어진 할 일이 있다. 자치 단체의 법률이라 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고 시민을 대표해서 시와 교육청의 살림살이를 확정하고 적정하게 사용했는지 확인한다. 시청과 교육청에서 하는 일을 감시하고 감독한다. 또한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들(청원과 진정)을 듣고 집행부에 그 개선을 촉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제8대 의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막중하다. 지방 분권, 지역 균형 발전, 제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등 시대적 사명과 도시철도 2호선, 군 공항 이전,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민간공원 특례 사업, 미세먼지 저감 등 지역 현안을 집행부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난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기대를 품고 지방의회가 시작된 지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4년마다 출항하는 지방의회는 매번 부푼 기대 속에 출발한다. 제8대 의회도 시민과 소통하면서 과감한 개혁과 변화로 광주 공동체를 위한 획기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