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는 곳이 없다. 이야기는 인간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다. 인간은 ‘이야기 하는 원숭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다.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이야기꾼’이자 현재까지 세계 최고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의 4대 비극 ‘맥베스’의 스토리텔링을 한국 전통 연희와 접목시킨 ‘두드려라, 맥베스!’를 관람했다.

‘맥베스’는 인간이 서서히 타락하는 과정과 파멸을 묘사한 작품들의 원조격이다. 4대 비극의 특징은 각자 주인공들이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것인데 맥베스는 바로 헛된 야망으로 인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두드려라, 맥베스!’는 권력을 향한 맥베스의 붉은 눈을 통해 현대인들의 끝없는 욕망과 어리석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에는 중간 중간 난타용 대북을 두드리며 무대를 가득 채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 두드림은 관객들에게 전쟁의 치열함과 심장의 박동, 즉 생존의 울림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로 보인다.

첫 무대는 정면에 고색창연한 두 개의 문짝 형태의 조형물이 비쳐지면서 작품이 한국적인 텍스트로 재구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어서 객석 전면 중앙에 레이디 맥베스가 등장해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비나이다’를 반복하며 남편의 승리를 기원하는 모습이 나온다. 돌이켜보면 그녀의 기원은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의 여인으로서 삶의 고단한 그리움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여인상을 떠오르게 한다.

레이디 멕베스의 모습이 사라지면 난타용 대북과 그 옆에 재래식 북 연주석이 보인다.

그리고 난타용 대북이 무대 중앙에서 잘 연습된 각도와 정확한 손동작으로 웅장한 두드림을 한바탕 연주한다. 전쟁의 소란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상황을 재미난(?) 이야기로 전환하는 결정적 요소로 충분했다.

줄거리를 생략하며 원작보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타악의 연주는 영혼을 부르는 소리로 관객을 무대 속으로 함께 흐르게 했다. 반란군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두 장수 맥베스와 뱅코우가 아들 맥다프를 데리고 등장해 기쁨을 나누고 상대에게 전쟁의 성과와 미래를 예언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말의 뿌리엔 생각이 있고 셍각의 뿌리엔 욕망이 있다’ 두 장군은 도총관이 되리라는 기대감과 함께 나라의 최고 권력자, 왕이 되었으면 하는 야심을 드러낸다. 연극 ‘두드려라, 맥베스’는 원작에서 다뤄졌던 마녀로 인한 인간의 욕망과 파멸을 현대 사회에서 경쟁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각축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 재구성했다.

사람들이 열심히 행복을 찾아 헤매야 하는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절망의 사회라고. “친구를 사랑하고 적을 미워하며 죽노라” 철학자 볼테르가 생전에 써놓고 죽었다는 묘비명을 생각한다. 어떻게 살고 왜 살아야 하는지.... 태어나 살다 죽는 것이 인간이지만 탐욕스러운 인간의 욕망은 그 야만에 어떤 형벌로 짐을 지울까.

연극을 보면서 경쟁과 성취 보다 삶의 기쁨과 정의를 위한 당신의 희망을 응원해 주고 싶다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기회가 오면 당신도 꼭 객석에서 ‘인생이 왜 걸어가는 그림자’인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