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이나 멸종 위기종 등 희귀 철새들의 집단 서식지이자 중간 기항지인 목포 남항에 생태 숲 조성 등 보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목포 남항은 도심에서 희귀 철새들을 사시사철 탐조할 수 있는 ‘살아있는 철새 학교’로 가치가 높지만 최근 준설 등 기반공사가 진행되면서 철새들의 서식 공간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 및 관계기관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항 앞바다는 면적은 좁지만 갯벌이 발달돼 계절별로 많은 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겨울에는 오리와 갈매기 종들이 봄·가을에는 멀리 호주에서 시베리아까지 가는 도요새들이 중간 쉼터다. 여름에는 백로, 왜가리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곳이다.

특히 도요새의 경우 총 65종 가운데 40종이 목포 남항에서 관찰될 정도로 중간 서식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1년에 140여 종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철새의 보고다.

지난달에는 목포 남항 앞바다에서 천연기념물 제326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으로 지정된 검은머리 물떼새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갯벌의 신사’라는 별명을 지닌 이 새는 주로 서해안 일대에서 겨울을 보낸 뒤 번식을 위해 중국 동북부 등으로 흩어졌다가 겨울철이 되면 다시 서해안 일대로 모여들지만 떠나지 않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쌍이 이곳에서 번식에 성공해 이달 초 부화한 새끼 2마리를 키우고 있다.

또 매년 봄과 가을철 이동시기에 며칠간만 볼 수 있었던 희귀 철새 ‘장다리 물떼새’ 두 쌍이 남항앞바다에 둥지를 튼 모습도 포착됐다.

15년 넘게 남항의 철새들을 관찰해온 목포자연사박물관 김석이 학예연구사는 “희귀 철새가 도심에 둥지를 튼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주변이 갈대밭으로 조성돼 안전한 장소로 여겨져 둥지를 튼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장다리 물떼새는 매년 10여개체가 찾아오지만 며칠씩 머물렀다 가는 정도였고 올해는 두 쌍이 둥지를 틀어 번식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희귀 철새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역의 환경전문가들은 “당초 남항에 국립 호남권 생물자원관이 들어설 예정으로 개발이 계속됐지만 생물 자원관이 고하도에 건립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목포=고규석 기자 yous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