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신성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선거는 국민이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대표자를 뽑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음을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당연하고 보편적인 오늘날에는 이 표현이 바뀌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라는 표현 대신 ‘선거를 먹고’ 자란다고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민주주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투표율이 낮으면 국민의 뜻이 선거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일부 또는 절반의 국민 뜻이 전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 정당 구조 특성상 투표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정당 조직을 갖춘 구조, 즉 조직표를 가진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민주주의에서는 다수의 득표자가 대표자로 선택받을 수밖에 없지만 투표율이 70∼80%일 때의 당선자와 40∼50%일 때의 당선자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대표자는 정당성과 대표성에서 취약성을 갖기 때문에 그만큼 영향력도 줄어들게 되고 발언권이 약해지는 것이다. 민의에 반하는, 즉 민의에 역행하는 정책이나 사적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권도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중의 하나다. 정치가 부패했고 마음에 드는 정당도 없고 그 후보가 그 후보라는 등 기권의 사유는 많아 어느 정도 타당한 면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기권과 투표의 차이는 그것이 가져오는 경과에 있어 천양지차다.

출마한 후보자 중에 서로 비교해서 더 나은 후보자를 선택해주는 것과 기권하는 것은 대표성과 정당성에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거듭 청하는 것이다.

정치적 선택으로서의 기권과 아무 생각 없는 기권이 갖는 효과는 차이가 없다. 모두 주권을 포기한 ‘무책임한 유권자’로 묶여 한통속으로 취급될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주권 행사를 포기하면 정치는 더 나빠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주권자들이 자신의 신성한 주권을 포기하는 걸까. 선거의 의미를 잘 알지 못 한데서 오는 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선거에서 국민의 관심은 ‘누가 이길 것인가’에 쏠린다. 우리 지역에서는 누가 당선될까?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당이 이길까? 이런 것들이 국민의 관심사이고 언론 보도의 주류를 이룬다.

이래서는 안 된다. 언론이나 정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권자인 국민은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에서 국민은 늘 구경꾼에 지나지 않게 된다.

선거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기회이자 통로다. 그래서 선거를 국민 정치 참여의 중앙 통로라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의 주체는 당연히 국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거에서는 주인공인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함으로써 언제나 정당과 후보, 특히 당선자가 주인공이었으며 국민은 늘 구경꾼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신성한 주권 행사의 하나인 선거에 반드시 참여해 높은 투표율로 정당성과 대표성이 있는 후보를 우리의 대표자로 선택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