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사프로그램을 우연히 보다가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공생 관계를 빗대어 ‘악어와 악어새’ 같은 거라고 진행자가 짧게 말하는 걸 들었다.

그 순간 별로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를 이 표현이 내겐 매우 언짢게 들려왔다.

왜 하필 악어와 악어새 같이 좋은 관계를 인간 사회의 못된 관계에 연관시키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서다.

원래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는, 스스로 이빨을 관리하기 힘든 아프리카 거대악어의 이빨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작은 물떼새들이 간혹 청소해 주어 건강 관리를 해주고, 물떼새는 악어로부터 일정한 먹을거리를 보장받는 매우 조화로운 관계이다.

그 관계는 그 한마디 말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오랜 진화의 산물이며 운명적인 관계를 뜻한다.

이런 걸 서로 이득을 주고받는 ‘상리공생’이라 한다. 이런 공생 관계는 초식동물과 그들 반추위내의 세균들, 개미와 진딧물 등등 동물계의 생태 그물 안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 특히 정치적인 이해관계는 이합집산, 권모술수, 토사구팽 등 날 선 사자성어로 표현되듯 차마 입으로 담기 힘든 모략과 배신들이 성행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해 의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부적절한 관계들이 많다. 이런 걸 악어와 악어새의 좋은 관계에 비유함은 전혀 온당치 않다.

이 밖에도 흔히 우리가 동물에 빗대어 쓰는 속어들 중에는 동물들이 알고 들으면 억울할 것들이 한 둘이 아님을 동물들과 밀접하게 지내온 이들은 자주 느끼게 된다.

특히 인간에게 지극히 충성스럽고 심지어 자기 몸까지 내주는 개와 돼지, 소와 닭에 관련된 말들이 많은 부분 수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대다수가 동물들을 비하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최대의 모욕을 느끼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 대표적인 말로 ‘개새끼’라는 말, 그런데 ‘강아지’라 부르면 귀여움을 나타내는 극찬인데 비해 같은 의미임에도 ‘개새끼’는 최대의 모욕을 주는 욕이 된다. 또한, 비슷한 표현으로 ‘망아지’도 욕이 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란 것도 가끔 비밀을 유지해야 할 때 요긴하게 쓰이긴 하지만 실은 쥐나 새들은 일정거리에서 가만히 지켜보면서 다가오는 사람들의 동태에 주목하는 거지 말 내용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동물 똥에 빗댄 욕도 많이 있지만, 개똥은 오랫동안 열을 내리는 약으로도 쓰여 왔고 돼지나 소똥은 비싼 퇴비 혹은 건축 재료로도 쓰인다.

사실 인간이 발명한 것들 대부분이 동물들에게서 배워 온 것이다. 비행기나 잠수함을 매나 돌고래를 보지 않았다면 과연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돌고래나 박쥐의 초음파 역시 널리 인간 세계에 활용되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회 규범조차 늑대들에게서 배워왔다는 설이 있다.

사람들에게 동물적인 감각을 가졌다고 하면 극 칭찬이 된다.

그러나 무슨 동물 같다고 하면 욕이 된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일까?

아마도 동물 세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동물들이 일부 감각이 뛰어남은 인정하겠지만 그 밖의 것은 무조건 인간보다 비루하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들을 하나씩 더 알아갈수록 예전에 분명 욕이었던 것이 칭찬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한때 요물로까지 불렸던 고양이는 도도함과 귀여움의 상징처럼 되었고, 우보행(소걸음)하면 얼마 전까지 느림과 게으름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여유와 낭만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