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영산호 나불도선착장에서 ‘영산강 클린호’의 취항식이 열렸다. 영산강 환경 정화 선박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13년만의 일이다. 2005년 3월 23일 영산호에서 ‘영산강 수질 선박 탐사’ 이벤트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남도지사, 영산강수계 시장·군수, 도의원, 환경부 관계자, 환경단체, 전문가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몽탄나루터에서 선박을 타고 나불도선착장까지 이동하면서 5급수로 전락한 영산호의 실태를 파악하고, 수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당시 선박 탐사에 동행했던 필자는 전남도지사에게 영산호 수질 모니터링과 수중 및 부유 쓰레기 수거, 환경 탐사 및 체험 교육 지원 등을 위해 영산강 환경 선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전남도는 그해 11월 영산강에 환경 정화 선박을 들여왔다. 건의가 곧바로 수용된 것이다. 전남 동부 연안에서 활동하던 57톤급 어장 정화 선박을 개조한 것이었다. 전남도는 이 환경정화선을 이용해 작년까지 1만톤이 넘는 수중 및 부유 쓰레기를 수거했다.

그러나 바다에서 운항했던 선박이었기 때문에 수심이 얕은 수역이나 지류에서 정화 활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선박이 최초 1994년에 건조되어 유지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안전 사고 우려까지 있어 교체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전남도가 중앙 부처에 정화 선박 건조의 필요성과 국비 지원 당위성을 제기해 2016년 국비 30억 원을 확보하고 도비를 포함해 모두 56억 원을 들여 환경 정화 선박을 건조한 것이다.

선박 크기는 87톤급이며 쓰레기 수거용 크레인과 녹조 제거 설비, 바지선 등 부대 시설도 갖추었다. 뿐만 아니라 수온, 탁도, 용존산소(DO),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전기 전도도, 수소이온농도(pH) 등 주요 수질 항목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와 퇴적 오니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채니기를 갖추고 있다.

선박 이름은 관계 공무원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명명한 것이다. 기존 선박은 하구둑에서 몽탄대교까지 23.5km 구간에서 정화 활동을 벌였으나, 영산강 클린호는 죽산보가 위치한 48.6km 구간까지 운항해 보다 광범위한 수역에서 쓰레기 수거, 녹조 제거 등의 활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1981년 하구둑에 막혀 호수로 변해버린 영산호. 그동안 지역에서 제시된 수질 개선 과제들이 예산 부족, 관계 부서간 이견 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다행히 작년부터 “영산강 하구 수질 및 수생태계 개선”에 관한 조사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유역민의 기대가 크다. 지난 2007년 ‘영산호 수질 개선 타당성 조사 연구’에서 처음 제기된 해수 유통 방안에 대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해수 유통의 영향과 수질 및 생태 복원 효과를 예측하는 연구이다.

해수 유통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선박 건조보다 지난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해수 유통이 육상과 해상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적·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이해 관계자의 상충되는 의견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해 조사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연구 성과의 논의 및 의사 결정을 위해 영산강과 연안을 이용·관리하는 이해 관계자, 민간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유역 통합 거버넌스 구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침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에 물관리 일원화와 유역 거버넌스 구축이 포함되어 정책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13년 전 영산강 선박 탐사 참석자들이 꿈꾸어 온 클린 영산강 실현을 위해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되, 호기(好機)를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 들어 올 때 배 띄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