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의 ‘도시계획 장기미집행 위헌 판결’로 오는 2020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는 예견돼 있었다. 하지만 도시공원에 대한 인식 미흡, 대규모 예산 투입 등의 이유로 민선 4·5기는 이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미뤘다. 민선 6기 들어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민간 개발을 유도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공원부지 전체를 매입해 70% 이상의 부지에 각종 공원시설을 조성한 후 부지와 시설은 시에 기부채납하고 30% 미만 부지에 비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간 개발은 모두 고층아파트 단지 조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도시공원의 아파트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 전문가 등은 이에 반발하며 대책을 촉구했으며, 건설업체 또한 광주에 얼마 안 남은 개발대상지로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점에서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데 치중했다.

광주시는 2조원에 이르는 매입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지난 7월 ‘공원 일몰제 대비 광주시민연구모임’을 구성해 2개월여 간 연구·협의한 후 작성한 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초 시의 도시공원 일몰제 해결 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던 시민사회단체는 민관거버넌스 참여를 공식화하고 지난 8월 30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거버넌스에서는 우선 도시공원 25곳에 대한 재평가에 나서는 한편 공원조성소위원회와 민간공원특례사업소위원회를 분류해 착수했다.

우선 도시공원 대상지는 25곳에서 1단계 사업 대상인 마륵·송암·수랑·봉산공원에 대한 심사 방안을 마련했다.

이미 지난 4월 26일 공모를 통해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1단계에 12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에서 이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일었으며,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시민평가단의 재구성을 주장해 갈등 양상도 벌어졌다. 이에 따라 당초 올 연말까지 1단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던 시의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몇 차례의 내부 논의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민관거버넌스가 스카이라인 유지, 시민접근성, 장애인접근성, 비공원시설 면적 등의 기준을 마련했다. 협상기준에는 20층 이하 고도 제한, 비공원 개발 면적의 대폭 축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1단계 심사를 맡을 시민심사단 규모를 기존 10명에서 30명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시는 이 같은 우여곡절을 거쳐 민간공원 특례사업 1단계 대상인 수랑·마륵·송암·봉산공원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내년 1월 11일 결정하기로 했다. 내년 1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제안심사위원회와 함께 우선 협상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미집행 도시공원 21개소에 대해서도 민·관 거버넌스 회의 등에서 공원별 조성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실시, 결정된 대안은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경희 광주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여전히 광주시가 도시공원을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1단계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공익을 이끌어내고 나머지 21개 도시공원에 대해서도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현석기자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