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역에 들어서고 있는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의 규제 대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독주택, 상업시설, 녹지 등을 고층·초고층 아파트가 잠식하면서 도시 공간의 균형이 붕괴돼 획일적인 ‘회색’이 광주를 뒤덮고, 특정구역의 인구 집중에 따른 기반시설의 부족, 주거지 양극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도시·건축 행정이 아파트의 고층·초고층화를 제어하지 못해 결국 토지 가치의 상승분을 토지소유주와 건설업체에게 집중시키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아파트 부지가 희소해지면서 토지소유주들이 더 높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등 도시 공간의 ‘사유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도시계획조례, 건축조례, 경관조례 등 관련 조례의 개정, 도시·건축·경관위원회의 심의 기준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례에 명시된 용적률(건축물 총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백분율, 건축물의 높이를 결정함)을 그대로 보장하기보다는 도시 전체의 경관과 개발대상지의 여건, 주민의 재정착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는 제2종일반주거지역 220%, 제3종일반주거지역 250%, 준주거지역 400%, 일반상업지역 1000%, 중심상업지역 1300% 이하로 규정돼 있다. 여기에 접근도로 등을 기부채납하거나 재개발·재건축 등을 할 경우 별도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토지소유자나 건설업체가 이 용적률을 높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보니 대부분 이 제한선에 근접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관례가 돼버렸다.

공공성, 지역발전 기여 등 새로운 조건을 부과해 고층·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서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도시계획조례에서 보장하는 용적률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용도지역을 상향해주면서 건축물을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해주는 행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동범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도시·건축행정이 기술직 공무원, 일부 전문가 등의 전유물이 아니며, 도시 공간이 어떻게 형성되고, 형성돼 갈 것인지에 대해 지역주민은 알 권리가 있다”며 “도시·건축 행정에 보다 높은 투명성, 공공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이후 도시 공간에 대한 규제 완화가 주차난, 지정체, 고층화 등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건축 높이 제한 등 새로운 규제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의 경우 업무지역은 제한적으로 50층까지 허용하지만, 재건축아파트의 최대 높이를 35층으로 설정해 도시 과밀과 미관 유지에 힘쓰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서울시 건축물 심의기준’을 제정, 역사성, 공공성 및 공동성(배려), 공개공지와 커뮤니티계획, 창의성(우수디자인 공동주택 등), 지속성(친환경) 등을 중시하고 있다.

광주의 무분별한 고층·초고층 건물은 화재나 지진 등 재난대응 능력이 취약해 잠재적 불안요인이 되고, 집단적인 고층건물의 건립은 도심 공기유통을 차단해 열섬현상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광주 전체 도시경관의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한 후 이를 도시·건축에 접목시키고, 원도심 재생 등 공공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과거 대규모 공급 위주로 작성된 상업·주거·녹지·공업지역 등 용도지역 재조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순미 건축사는 “천편일률적으로 20∼40층의 아파트를 짓는 방식은 심각한 도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도심에는 낮은 수준의 적절한 스카이라인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윤만 창출하는 방식의 고층·초고층 아파트 공급으로 광주가 무질서와 혼돈이 난무하는 뒤죽박죽의 도시, 특색 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끝>

/윤현석기자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