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광주의 초고층화 추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25층, 2015년 전후 30층, 2016년 이후 40층 이상으로 아파트 높이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외곽에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임야, 전답 등에 들어선 10∼25층 높이의 아파트, 구도심에는 재개발·재건축 등에 의한 20∼35층 높이의 아파트, 도심 상업지역에는 최고 40층 후반대의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섰거나 신축 예정이다.

올 상반기 광주시의회가 조사한 결과 광주에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은 모두 26곳 170개동에 이르고 있다. 현재 완공되거나 공사중, 또는 건축허가가 나간 건축물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 가운데 아파트가 아닌 금호생명빌딩(30층) 등 업무시설은 4동에 불과하다. 나머지 22곳 166동이 아파트(오피스텔, 판매시설 등 포함)다.

올 들어 지난 11월 23일까지 건축위원회는 12차례 회의를 열어 21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1건이 원안의결, 17건이 조건부 의결, 2건이 재검토 의결, 1건이 부결됐다.

21개 안건 가운데 공동주택, 즉 아파트 관련 안건이 15건에 이르고 있으며, 30층 이상 아파트가 5건이다. 지난 2015년 서구 광천동에 48층짜리 주상복합을 조건부 의결한데 이어 2년만에 북구 누문구역 46층 13동, 북구 문흥동 45층 2동 등이 건축위원회를 통과했다. 건축위원회가 내건 조건은 대부분 건축계획이나 구조, 색채·경관·디자인, 교통 등과 관련된 것이다. 일부 아파트의 2∼3개 층을 줄이기도 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40층 이상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상업지역에 주상복합(주거+오피스텔, 주거+근린상업시설 등)으로 짓기 때문이다. 상가, 점포 등을 공급하기 위한 상업지역에 주거지가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노경수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중앙도시계획위원)는 “도시계획조례로 상업지역에 주거시설을 넣을 경우 용적률을 낮추는 등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도시·건축 관련 위원회에 관련 업종 종사자의 진출이 지나치게 늘면서 안건 심의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광주도시공공성 연구모임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 광주시와 5개 자치구 건축위원회 위원 가운데 관련 업종 종사자는 건축·디자인 분야 40명, 엔지니어링 분야 29명, 기타 관련 업종 3명, 건설사 5명 등 77명에 달하고 있다. 비율로 보면 34.5%로, 대학 및 연구소(36.9%)에 이어 두 번째다.

도시·건축 분야 전문가, 관련 업계 관계자, 기술직 공무원 등이 주축이 되는 도시·건축위원회가 도면이나 서면으로 제출된 서류를 중심으로 개별 대상지를 심의하는 방식의 개선이나 위원회 위원들의 엄격한 선정, 위원회 위원 발언과 안건 심의 내용 전체 공개 등도 요구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이경희 정책실장은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도시·건축 관련 위원회가 공공성보다 사업성을 더 중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위원회의 위원 선정, 위원들의 발언 내용, 안건의 처리 과정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