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 공간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심은 물론 외곽에도 고층, 초고층 아파트 개발이 연이어 계속되면서 ‘상업지역=초고층·고층’, ‘주거지역=중저층’, ‘녹지·공원 배치’ 등 기본적인 도시 공간 구성 원리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난개발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 공간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반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어느 곳에서 봐도 저 높은 아파트는 보이는군요. 저렇게 높이 들어서도 되는 건가요. 무등산을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뚝 솟은 이 아파트는 모든 운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대로변에 자리한데다 주변에는 3∼10층 정도의 중저층 건축물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 동구 학동3구역 재개발사업이 끝나고 지난 2월 28∼35층 아파트 11개동이 들어서자 인근 주민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전문가들마저도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만 문제가 아니라 광주의 도심, 외곽 모두 30층에서 48층까지 초고층 아파트들이 건축심의를 통과해 착공을 준비하고 있거나 공사중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가능한 것은 ▲전답이나 임야 등을 주거용도로 변경해주는 지구단위계획 ▲재개발 및 재건축의 사업성 향상을 위한 과도한 인센티브 ▲도심 상업지역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축허가 등이 아무런 여과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공간 전체를 보지 않고 개별 대상지역의 사업성을 고려한 근시안적인 도시·건축행정이 고층·초고층 아파트의 남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6일 광주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5월까지 광주시는 모두 36개의 공동주택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36개 아파트 가운데 지목(地目, 토지의 사용목적)이 논(畓), 밭(田), 임야(林野) 등인 곳은 각각 9곳, 6곳, 7곳 등 22곳에 달했다.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垈)는 13곳에 불과했다. 4년여 간 아파트단지가 주로 도시 외곽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아파트 층수는 최소 9층(두암동)에서 최고 37층(유동), 39층(각화동)으로 36곳 가운데 20층 이상이 20곳에 달했다.

도시 외곽의 값싼 논이나 밭, 임야를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로 개발한 건설업체와 토지소유주는 큰 수익을 얻지만, 도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미개발지를 아파트 단지로 조성하면서 부작용은 모두 광주시와 시민의 몫이다.

윤희철 광주시지속가능협의회 기획부장(도시 및 지역개발학 박사)은 “지구단위계획이라는 용도지역 변경 수단이 아파트 개발에만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광주시와 광주시도시계획위원회가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방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건축허가도 한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시건축위원회가 올해 12차례 회의를 열어 심의한 건축계획 21건 가운데 아파트 관련이 15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심 상업지역에 대한 주상복합 신축,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이 집중되면서 30층 이상 아파트(오피스텔이나 근린생활시설 포함)가 줄지어 심의를 통과하고 있다.

이 같은 고층·초고층 아파트 일변도 개발은 토지소유주, 건설업체의 현재 수익만을 중시한 것으로, 심각한 도시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녹지는 물론 상업지역에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급 초과에 따른 기존 주거지의 쇠퇴, 도시 기능의 편중으로 인한 시민 불편, 경관 부조화와 도시 이미지 악영향 등이 대표적이다.

노경수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중앙도시계획위원)는 “도시가 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미래를 전망하면서 도시 주거의 질을 높여 시민들의 거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며 “용도지역이 수시로 변경되고 아파트 개발만 계속되는 광주의 도시·건축 행정에 대한 평가와 바람직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