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이 가동된지 30년을 넘어섰다.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탈원전)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상 강화, 원전 소재 지역주민의 원전 감시역량 강화도 정부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한빛원전 내에는 1986년 첫 가동된 한빛 1호기부터 6호기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사용후핵연료)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데, 특별한 사정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2025년께 저장공간이 포화된다. 경주에 지은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경우 원전에서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곳으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최소 10만년 이상 인간과 격리할 수 있는 처분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 건설 역시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이와 관련해 원전 전문가(기계분야·핵분야) 2명, 한빛원전 주민감시기구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영광 주민 등 3명에게서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한빛원전 가동 30년이 넘어섰다. 원전 안전관련 가장 유의해야할 부분은 무엇인가.

▲한병섭 박사(방사능방재 및 핵공학박사)=지난 수십년간 원전 안전성 강화 과정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기본전제를 망각하는 우를 범했다. 당연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제도, 구조, 성능에 대한 검토가 간과된 것이다.

지난해 한빛 2호기에서 확인된 격납건물 철판의 부식관통 이후 올해 7월 한빛 4호기에서 발견된 격납건물 콘크리트의 약 15%가 타설 안 된 부실공사, 지난해 몰래 조치된 한빛 5호기 사용후핵연료 건물의 콘크리트 미타설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으나 발전사업자(한수원)나 규제기관은 별도의 조치를 수행하지 않았다. 모든 설계나 안전성 평가에서 문제없다고 가정되는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의 손상이 모든 안전성 점검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한다. 이는 증기발생기 내부의 확인되지 않은 이물질이 다수의 원전에서 존재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이다.

▲이정윤 대표(기계기술사·원자력안전과 미래)=불시정지 또는 방사능 방출 사고정지 사건이 가장 우려스럽다.

가동원전 관련 여러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수이며, 사고나 고장 관련 은폐문제가 발생해 신뢰에 금이 가선 안 된다.

또한 폐로(원전 영구정지 후 폐쇄)가 되더라도 현안으로 중요하게 부각될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일시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말고 멀리보고 주민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접근방법이 중요하다.

▲이하영 전 부위원장(한빛원전민간안전환경감시위)=한빛원전 노후화로 인한 위험요인의 증가가 가장 걱정스럽다. 경제적 이익추구중심의 원전 정책으로 안전관리 인력이 절대 부족하며 그나마 있는 전문인력도 해외원전 수출및 건설분야로 집중투입됐다고 들었다. 원전안전 관련 품질관리, 부품 및 설비 품질관리의 일대 혁신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상을 높이겠다고 했다. 원안위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이하영=원안위는 원전 관련 규제기관이다. 그러나 그간 진흥 위주 정책을 뒷받침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는 안전 관리 위주 정책으로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한다. 원안위 독립성 보장, 특정학교 순혈주의 적폐청산, 원전 인근 지역주민 참여보장, 관료집단에서 전문기술집단으로 변화,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혁파 등이 필요하다.

▲한병섭=원안위는 기술적인 역할을 하는 정부부처로서 그 고유 목적인 원자력 안전이라는 가치를 위해 기술적, 행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할 것이다. 새로운 구조의 개편이 필요없을 정도로 조직체계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 문제는 그 구성원이 사람의 의지와 역할이라고 본다. 각자 그 위치에 맞는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하고 이전처럼 모든 문제를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관행만 고치면 된다.

▲이정윤=원안위는 주민이나 시민들이 우려하는 안전현안에 대해 소통을 통해 시의적절하고 분명하게 안전입장을 내 놓아야 한다. 특히 국내 안전현안이 집중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기준이나 지침수립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인데, 이 기능을 강화해야하 것으로 판단된다.



-뜨거운 감자,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할까.

▲이정윤=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발전소 내 물탱크에 임시저장)에 대한 위험도의 정량화가 시도된 적이 없는데, 이는 향후 전개될 수도 있는 테러 등에 대한 대책을 고려할 때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수조 위험성 재평가를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저장개념으로, 40년씩이나 보관하는 게 어떻게 임시저장개념인지 평가돼야한다.

▲한병섭=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가 원자력 산업관련 최대 시급 현안임을 알아야한다.

이번 공론화 과정의 신고리 5·6호기 문제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으로의 선언적 문제이며 당장은 해당 원전 건설여부에 대한 문제이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대부분 가동원전 긴급 현안이다. 2025년께 각 부지의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이 포화되기 이전에 해결 대안 미수립시 1, 2년 후부터 단계적 발전 정지가 불가피하며, 그에 따라 사업자가 건식 저장을 추진하게 되면 주민과의 불화가 발생한다. 또한 가동 원전의 수명연장 시도와 원전해체의 진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이번 정부에서 발표한 장기적인 에너지전환 계획도 졸속으로 추진될 수 있어 국가 부담이 증가하게된다.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시급 현안으로 인지하고 국민을 설득해야한다.

▲이하영=새 정부가 새롭게 사용후핵연료처리 로드맵을 짜야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정부 일방 공론화가 아닌 지역주민 의견을 반영한 납득가능한 로드맵을 내놔야한다.



-탈원전 정책이 유지된다면 영광은 2042년 이후 가동 원전이 하나도 남지 않게된다. 지역 미래를 위해선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하나.

▲한병섭=추가 원전의 건설없이 원전이 수십년후 폐쇄된다 하더라도 사용후 핵연료 처리의 문제는 남는다. 또한 처리 전까지는 위험도 떠안게 된다. 원전이 줄어들수록 지역에 들어오는 원전세 등 지원금이 줄어드는 만큼, 현재 논의 중인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등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이 현재의 원전지역에서 어떤 지역으로 탈바꿈하려고하는 목표 설정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치, 사회, 경제적인 지역의 폭넓은 논의가 요구된다.

▲이정윤=현재 지역에 지원되는 발주법(발전소 주변지원법) 지원금, 상생협력지원금 등이 미래지향적인 재생에너지에 투입돼 원전이 정지되더라도 지역에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하영=신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광지역도 이 흐름을 놓쳐선 안 된다고 본다.



-한빛원전 관련 고장 및 사고 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왜 반복된다고 보나. 그리고 위험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이정윤=원전설비에 대한 확인이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문제인데, 실제 품질검사, 공인검사 등의 제반 검증개념이 사업자의 발주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본다.

▲한병섭=사고를 제외한 일상적인 실수나 결함은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지하지 못한 큰 결함들,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 망치나 격납건물 콘크리트 미타설과 같은 문제들이 다른 사고의 원인이 되거나 다른 사고와 동반돼 확대될 때 그 위험성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예를 들면 증기발생기 세관이 파단되었는데 그 부위 부근의 이물질이 영향을 받아 이동하면서 더 많은 세관을 가격하는 경우 등등. 원전이 노후화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도 있고, 한수원의 폐쇄적 발전소 운영이 키운 부분도 있다.

▲이하영=원전설비의 노후화와 안전관리의 부실 그리고 원안위의 안전규제실패가 잦은 사고와 고장의 원인이다. 그리고 그 위험성은 어느정도라고 표현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방사능 물질과 원전 설비는 작은 결함 하나라도 용인될 수 없다.



-원전은 모두 지방에 있고 위험도 대부분은 지방이 떠안는데, 원전관련 정책과 규제는 모두 중앙이 쥐고 있다.

▲이하영=원전의 사고와 고장의 결과는 방사능물질의 누설이고 이는 발전소가 소재한 지역 현장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정작 방사능위험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역주민과 해당 자치단체는 원전 안전규제나 관리에 아무런 권한이나 역할이 없다. 개선돼야 한다.

▲한병섭=원자력과 같은 시설의 관리는 기술적으로 중앙정부가 통제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기술 이외의 고려 사항들에 대한 지방정부 또는 지역 사회의 참여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인허가 관련 승인 권한이 아니라도 재가동 승인에 대한 동의나 특정사안 조사 TF조직권한과 같은 방안을 지방정부에 넘기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정윤=규제권한은 중앙정부에 있는데 이를 존중하고 지역으로 권한이 일정부분 위임돼야 한다. 지역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의 기술수준이 따라서 매우 중요해진다. 우리나라는 지역으로 규제권한을 넘겨주더라도 제대로 이를 시행하는 점에서 외부의 독립적인 기술지원그룹을 육성하여야 하며, 또한 위임한 기술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들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사고 고장에 관한 보도가 있으면 영광지역 농수산물 판매에 타격이 적지 않다고 주민들은 그런다.

▲한병섭=오랜 세월 영광이라는 지역이 원전으로 인식되어옴에 따라 한빛원전으로 개명해도 그 효과는 적을 수 밖에 없다. 원전에서의 사건 사고가 영광 지역에 피해를 미칠 수 밖에 없으므로 지역 피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한수원, 정부와 협의함이 합리적일 것이다.

-추가하고 싶은 말씀은.

▲한병섭=정부 당국자들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원자력 산업관련 최대 시급 현안임을 알아야한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는 대부분 가동원전 긴급 현안이다,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인식해야한다. <끝>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