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은 의(義)의 고장이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화순 사람들은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앞장섰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인 최경회 선생과 그의 형제·조카들, 진주성에서 최경회 선생과 함께 싸운 문홍헌·구희·오방한·김인갑 그리고 달랑포에서 왜적과 싸운 조현이 그렇다.

구한말 때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던 쌍산의소의 행사 양회일 의병장을 비롯한 수많은 의병들, 1919년 삼일운동 때 독립만세를 외쳤던 조국현, 기미독립선언의 민족대표 33인 중 유일한 호남인 지강 양한묵 선생,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송홍 선생 등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화순 사람들은 위기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 이를 극복했을 뿐 아니라 서슴없이 총칼을 들고 왜적과 싸워 목숨을 바쳤다.

이러한 선현들의 의로운 충의 정신은 현재 남아 있는 많은 문화유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내 유일의 구한말 의병 유적지인 쌍산 항일의병 유적(국가지정사적 제485호), 최경회 선생 관련 유적인 능주 삼충각(전남도기념물 제77호)과 고사정(전남도기념물 제249호), 최경회 사당, 목숨을 건 항쟁의 현장이었던 오성산성, 문달환 초상, 쌍봉리 충신각, 대리 칠충각, 금오산성지 등 관련 문화재만도 11곳에 이른다.

특히 충의공 최경회 선생의 의병 활동은 의(義)의 고장 화순의 명성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 최경회 선생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어머니 상중임에도 의병을 모아 거의(擧義)했다. 남원·장수·무주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경상도로 진군하여 진주성 전투에서 9일 밤낮을 싸웠으나 성이 함락됐다. 이때 함께 싸우던 조카 홍재에게 언월도를 건네준 뒤 고향으로 돌려보내더니 김천일·고종후 등과 함께 서사시(誓死詩)를 남기고 순절했다.

진주성을 나온 홍재에게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최경회의 형 경운과 경장도 동생의 의로운 충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일흔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계의(繼義)의 깃발을 앞세워 왜적과 싸웠다. 그 대표적인 전적지가 동면 서성리 일원에 있는 오성산성(전남도기념물 제193호)이다.

이렇듯 최경회 선생을 비롯한 화순의 많은 선현들의 충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전해져서 민주 국가와 화순군 발전의 초석이 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날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화순 군청 앞의 푸른 은행나무 두 그루가 바로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화순의 많은 남자들이 의병으로 나서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해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고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하자 당시 화순현은 행정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1594년 능성현(지금의 능주)에 합하고 화순현을 폐현했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끝나고 폐현된 지 17년 만인 광해군 3년(1611년) 화순현이 복현되면서 당시 화순 현감이었던 이인부가 복현을 기념해 화순현 객관 앞에 두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현재 군청 앞에 있는 은행나무인 것이다.

화순은 예부터 많은 충의열사를 배출해 무엇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다.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 말했다.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가 없었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호남 사람들의 의(義)의 정신을 높이 찬양했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변국의 잦은 침략에도 불구하고 유구한 역사를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화순 사람들처럼 초야에서 의롭게 일어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의로운 정신을 더욱 선양해야 할 것이다. 책임지는 정치, 소통하는 행정을 지향하면서 최경회 선생의 애국심, 충의 정신을 본받아 의롭고 화합하는 화순 경영에 매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