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모순’처럼 보여도 그 속에 길이 있다
2017년 07월 18일(화) 00:00 가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끌고 갈 수장들의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 및 공정 경쟁이란 어젠다를 설정하는 데 기여했던 분들로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일부 경제학자와 언론은 소득주도 성장론의 현실 적합성 여부, 일자리 창출 과정에서 공공 부문 비대화 가능성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 어젠다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모습도 있다.
한편, 매년 6월이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을 작성하여 발표하는데 올해에는 7월 말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함께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 지금쯤 각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이에 필요한 작업을 바쁘게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 같이 새 정부의 경제정책 플랜을 짤 때 공무원들이 느끼는 감정을 상상해 보면서 어떤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본다.
우선 이전 정부에서 일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추진했던 정책 기조를 스스로 바꾸는 것에 대한 쑥스러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경제 여건이 바뀌면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여건이 바뀌었고 국민이 이를 인식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정부를 선택한 것이라면 정책 당국자는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경제정책을 채택하면 된다. 예를 들어 그동안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취했던 정책들의 유효성이 약화되었다면 이제 분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들을 취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평생을 연구에 몰두하며 자기만의 일관된 이론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학자도 변화된 환경하에서 자기 이론이 맞지 않는다면 이를 수정하거나 심지어 버려야 한다. 그것이 학문하는 사람의 자세이며, 주변과 더 나아가 인류에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하물며 필자를 비롯한 공공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면 본인의 과거 행적을 부정하는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적의 정책을 선택하여 수행해야만 한다고 본다.
정책 기조가 상당 폭 바뀌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 중 여전히 유효한 것들은 계승하거나 새로운 정책 기조와 어떤 형태로든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어떤 정부에서든 당시 우리 경제에 맞는 정책을 채택하기 위해 고민했을 것이고 시대를 넘어서도 타당성을 인정할 만한 정책은 있게 마련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모시는 입장에서 과거 정부의 색이 진하게 배어 있는 정책들을 지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기존 정책을 모조리 부정해서는 안 된다. 공복인 우리가 개인적 영달을 위해 국민에게 누가 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과거 정부의 정책과 새 정부의 정책 어젠다는 어떤 형태로 결합되어 나타날까? 아마 단칼에 무를 베듯이 선명하고 일관된 체계를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7월 말에 발표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상상해 보면, 소득주도 성장론의 정신을 받아들여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재분배를 강화하고 고용 없는 성장 추세에 대응하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아울러 민간의 자율과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규제 완화, 서비스부문 경쟁력 강화 등의 방안도 포함될 것이다.
이는 얼른 보기에 자유시장주의와 정부개입주의가 결합된 모순된 정책 체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세상이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길이 있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배웠다. 한 시점에서는 상호 모순처럼 보이더라도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고려하면 진짜 모순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경제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생명체다. 정부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때 너무 급하지만 않다면 기업은 이를 주어진 제약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경제는 돌아갈 것이며 이것이 경제활동 생태계의 속성이다.
다만, 모순되게 보이지만 최적인 정책 조합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치열한 고민과 토론 속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 정부의 정책 어젠다와 이전 정부의 정책들을 단순히 나열하여 모두 추진하겠다는 것이면 의미도 없고 오히려 우리 국민에게 해로울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 취할 조치와 중기 및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여러 정책의 최적 조합을 찾아내는 노력이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늦지 않게 새 정부의 멋진 경제정책 방향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선 이전 정부에서 일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추진했던 정책 기조를 스스로 바꾸는 것에 대한 쑥스러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경제 여건이 바뀌면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여건이 바뀌었고 국민이 이를 인식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정부를 선택한 것이라면 정책 당국자는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경제정책을 채택하면 된다. 예를 들어 그동안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취했던 정책들의 유효성이 약화되었다면 이제 분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들을 취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과거 정부의 정책과 새 정부의 정책 어젠다는 어떤 형태로 결합되어 나타날까? 아마 단칼에 무를 베듯이 선명하고 일관된 체계를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7월 말에 발표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상상해 보면, 소득주도 성장론의 정신을 받아들여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재분배를 강화하고 고용 없는 성장 추세에 대응하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아울러 민간의 자율과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규제 완화, 서비스부문 경쟁력 강화 등의 방안도 포함될 것이다.
이는 얼른 보기에 자유시장주의와 정부개입주의가 결합된 모순된 정책 체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세상이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길이 있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배웠다. 한 시점에서는 상호 모순처럼 보이더라도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고려하면 진짜 모순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경제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생명체다. 정부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때 너무 급하지만 않다면 기업은 이를 주어진 제약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경제는 돌아갈 것이며 이것이 경제활동 생태계의 속성이다.
다만, 모순되게 보이지만 최적인 정책 조합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치열한 고민과 토론 속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 정부의 정책 어젠다와 이전 정부의 정책들을 단순히 나열하여 모두 추진하겠다는 것이면 의미도 없고 오히려 우리 국민에게 해로울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 취할 조치와 중기 및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여러 정책의 최적 조합을 찾아내는 노력이다. 너무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늦지 않게 새 정부의 멋진 경제정책 방향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