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랑’에 헌신적이었던 허철선 선교사가 지난달 2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추모 예배는 9일 수피아 여고 유진벨 기념예배당, 커티스 메모리홀에서 엄수됐다. 빈소는 허철선 선교사 사택 2층이었다.

그의 광주 사랑이 지고지순했는데도 불구하고 광주에서 그에 대해 아는 이가 별로 없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양림동에서 활동했던 많은 선교사들이 빛도 이름도 명예도 없이 일했던 것처럼 헌트리 선교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연인지 서서평 선교사와 같은 날(1934년 6월 26일) 소천했다. 서서평 선교사 역시 광주시민장례식까지 치렀음에도 그가 광주에 온지 100년이 지난 후에야 알려졌다. 허철선 선교사 역시 생전에 그를 기억하고 찾는 이가 별로 없었다. 필자는 고1 때 ‘먼데이 미팅’에서 영어 성경을 공부하며 허철선 선교사 사택을 드나들었고 지금은 선교사들이 남긴 유업을 잇고자하는 사람들이 허철선 사택을 임대해서 쓰고 있다.

허철선 선교사는 미국인으로 본래 이름은 헌트리(Charles Betts Huntley)다. 1936년 미국에서 태어나 결혼한 후 미국 남장로교회 한국 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왔다. 1965년 9월 부인 허마르다(Mrs. Martha L. Huntley)와 딸 메리(Mary Lanier)와 함께 한국에 왔다.

허철선 선교사의 부인 허마르다는 콜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미국학을 공부한 후 신문기자로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이며 저술가인 해리 골든(Harry Golden)의 연구원으로 활동한 재원이다.

부부는 처음 한국에 도착한 후 2년간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1969년부터는 광주 선교부에서 1984년 귀국할 때까지 일했다. 허철선 선교사는 1976∼1984년까지 약 8년간 광주 기독병원 제6대 원목실장으로 동시에 호남신학대학교에서 상담학을 가르쳤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국이름 헌트리를 얘기할 때 “전 헌틀니 목사입니다. 새 틀니가 아니고요”라고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부인 허마르다 선교사는 광주의 젊은이들을 위한 영어 성경 공부반을 열었고, 선교 첫해인 1969년부터 떠나는 해인 1984년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영어 성경 공부를 했다. 당시 수피아여고 1학년이었던 필자도 다녔다. 또한 허마르다 선교사는 기자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코리아 타임즈(Korea Times)와 코리아 헤럴드(Korea Herald), 미국 남장로교회 월간지 등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그리고 두란노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출판했다.

이들은 광주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광주 5·18 때 이들 부부의 활동 때문이다. 1980년 5·18의 역사적 현장 한복판에 있던 이들 부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기자출신이었던 허마르다와 부부는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5·18의 역사적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앞섰다. 이들 부부가 찍은 5·18의 사진은, 비밀리에 허철선 선교사 사택 지하 암실에서 인화되었다. 이 자료들은 거짓 보도되었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허철선 선교사가 5·18의 사진을 인화했던 암실은 아직도 그의 사택에 남아있다. 그럼에도 광주는 그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다행히 올해 오월어머니집에서 오월어머니 대상을 받아 기뻐했고 가족여행을 하고 환한 모습으로 소천했다고한다.

허철선 선교사 부부는 예수그리스도 복음과 그것이 담고 있는 진실과 정의의 빛을 함께 밝히려 노력한 우리의 좋은 친구다. 광주의 오월을 문재인 정부에서 헌법에 명시한다고 하니 다시 한번 오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