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하여 운동을 하는 것처럼 필자도 예외가 아니다. 운동은 무엇보다도 우선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삶 자체의 목표 같기도 한 것 같았다. 그러나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운동 자체가 삶의 목적일 수는 없다. 건강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달리 표현하면, 운동의 목적이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해서 건강 자체가 삶의 목적일 수 없음에는 이의가 없다. 삶의 목적은 누가 뭐라 하든 일이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은 운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몸에 좋고 건강해진다고 믿어 온 것 같다. 지나치게 무리한 운동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일이 있는 사람은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과 조건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운동에 목숨 걸 이유가 없다. 그냥 자유롭게 즐기면서 하면 된다. 올곧게 자신의 직업에 성실하게 매진하다 보면 부수적으로 건강이 동반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 아는 사람 중에 일에 묻혀 살다시피 하는 분이 계신다. 여자 분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분에게는 일이 건강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 고금의 명사들을 살펴보면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편이다. 건강해서 장수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나름의 건강도 유지된 듯하다.

물론 일 중독에 빠지는 워커홀릭도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지나친 운동 제일주의도 또 다른 중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가감정이 존재하긴 하지만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직무가 제일의(第一意)요, 운동은 차선이다. 건전한 직업적 몰입이야말로 건강을 동반하는 최적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건강 비결의 하나는 타인과의 교류다. 주위 주변에 동료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 물신화와 배금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이를 걷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소통이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이 단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적이 뜸한 강원도의 산촌 지역 노인에 비해, 전라도 ‘구례·곡성·순창·담양’ 노인들이, 남성 노인보다 여성 노인이, 상대적으로 장수를 누리는 이유는 촌락공동체를 형성하거나 ‘마실’을 활용하여 지지(support)를 주고받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수긍이 가는 이유이다.

인간의 행복한 삶에서 일과 운동, 나와 타인의 소통은 필수 요소다. 그렇다면 ‘뭣이 중헌지’ 자문해 보자. 사람살이란 일도 운동도 중하지만, 타인과 더불어 소통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필자는 이를 ‘같이의 가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많은 경륜을 쌓은 것은 아니지만, 그간 바빴다고 여겼던 때를 생각해 본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에 빠져서 열심히 하는 동안 신바람이 났고, 성취한 보람을 느끼면서 알 수 없는 어떤 에너지가 솟아났던 것 같다. 그 에너지를 굳이 명명한다면 ‘인간적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신체적 에너지(건강), 정신적 에너지(건강)에 비견한 표현일 것 같기 때문이다. 만고불변의 진리는 이들 에너지간의 상호작용과 조화다. 이것이 균형을 잃게 되면 스트레스, 노이로제, 각종 강박증(행복, 착함 등), 분노, 불안, 불만 등의 나쁜 에너지 속에 사로잡히게 된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나 자신만 살펴봐도 좋은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쁜 평을 듣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좋은 사람으로만 평가받기를 원하는 강박관념은 결국 나 자신의 심적 교만이고 허세였다.

진짜 착한 것은 착한 척하려는 것과 분명히 구분해야 할 터이고, 이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생각해야 할 일이다. 좋은 물건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을 때 더 행복해진다는 것은 자카르타 2주간의 체류에서 얻은 귀중한 체험이고 교훈이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준 내 친구에게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