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사랑스런 내 손자 손녀 얘기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가게 일하는 아들 내외를 돕기 위해 장남 집으로 간다. 9살 손녀와 7살 손자를 돌보러 가지만 매번 마음이 설레고 즐겁다.

갓난아기 때부터 둘 다 업어서 키웠기 때문에 더 정이 가고 애착이 간다. 현관에 들어서면 두 녀석들이 조르르 달려와 배꼽인사하고 얼싸안으며 보고 싶었다고 아양을 떠는 애교스러운 녀석들. 쉴 틈 없이 집안일 하는 할머니께 “할머니, 힘드시죠? 감사해요!” 어깨를 주물러 주고 안마해 준다고 두 녀석이 야단법석이다. 냉장고 안에 든 시원한 우유도 따라준다. 저녁이 되어 내가 집을 나서면 손녀는 가방 안에다 어느새 배즙, 과자, 참외, 빵, 떡도 넣어 놓는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둘이 드세요.”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가. 매번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만만치 않고 힘겹고 지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해주는 아이들의 기특함에 피로를 잊고 힘이 솟는다.

어느 날, 두 녀석이 나를 도와주겠다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잠시 후 싱크대 주변 바닥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금방 한강이 되었다. 뒤처리에 진땀을 뺐다. 또, 하루는 남동생 바지를 빤다고 베란다 바닥에 세제를 듬뿍 부어서 그걸 씻어내느라 어깨가 빠질 뻔했다. 일은 저질렀어도 할머니를 돕겠다는 효심이 기특하고 갸륵하지 않은가. 지금은 비록 서툴고 미숙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쳐서 손이 야물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효행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교사시절, 저학년을 담임하면서 효행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교 행사로 효실천사례 발표대회나 주말 효행일기 쓰기가 보편화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교사의 재량이었다. 주말이면 효행을 실천하고 주제에 맞는 효행일기를 써오도록 과제를 내주고 부모님께 확인을 받아오도록 했다. 효행일기에다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어 칭찬과 사기를 북돋아 주었더니 효과만점이었다. 아이들의 효행이 눈에 띄게 달라져가고 성장해 가는 것을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글솜씨나 글씨 또한 날로 달라져갔다. 여러 엄마가 아이들의 효행이 담긴 소중한 일기장을 시집, 장가갈 때까지 보물 1호로 간직하겠단다. 대부분 아이 역시 효행을 실천하고 부모님께 칭찬받으니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더욱더 효행하겠단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주 지적당하거나 꾸중 들었던 일 중 하나로 친구들이랑 놀려고 조급한 마음에 책가방을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마자 휙 잡아 던지고 나간 일, 양말을 거꾸로 뒤집어진 채로 여기 한 짝 저기 한 짝 벗어 놓는 일 등은 사소한 일 같지만 나쁜 습관으로 인해 자기는 물론 가족이나 남에게도 불편을 주거나 피해를 준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던가. 아빠 구두를 반짝반짝 닦아놓는 일, 설거지나 청소도 하고 동생이랑 놀아주는 일 또한 사소한 일 같지만 시작이 절반이란 말이 있듯이 바른 행동 착한 행동이 바로 효행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려보면 아이들에게 그러한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효행을 연습하고 실천하게 했던 것에 대해서 자긍심도 느끼고 보람으로 여긴다.

다음 글은 아이들에게 귀에 혹이 붙도록 들려준 이야기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햇빛이나 공기의 고마움을 알지 못하듯이 부모님의 사랑이 너무 크고 깊기 때문에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부모님의 사랑은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은혜뿐만이 아니고 모든 정성을 자식에게 바치고 자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헌신적인 사랑이다. 부모님은 이 세상에 단 한 분밖에 안 계시며, 그 지극한 사랑은 천만금을 주어도 얻지 못할 것이다. 효도는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을 말한다. 효도는 쉽고, 가깝고, 작은 데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자기 할 일은 다하고, 부지런하며, 예절 바르고 항상 부모님의 마음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드리면 효가 된다.

효행이야말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줄 뿐더러 모두가 행복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부모님을 공경하는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지 아니하고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 마음속으로만 효도를 생각했다면 바로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