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국에서 제주를 오가는 가장 빠른 여객선으로 인기를 끌면서 전남∼제주간 쾌속선 시대를 연 장흥∼제주(성산포)간 ‘오렌지호’가 심각한 경영난으로 운항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제주간 여객선 항만지역이 목포, 완도에 이어 해남과 여수 등으로 늘어나면서 선사간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지난해 세월호 여파와 올해 메르스 사태 등으로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이유다.

20일 장흥군과 JH페리 선사에 따르면 장흥 노력항에서 제주도 성산포를 오가는 4114t급 쾌속 여객선인 ‘오렌지호’ 가 오는 26일부터 내년 3월말까지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 7월 2일 첫 운항을 시작한 장흥∼제주간 여객선(오렌지호)은 편도 기준 운항시간이 2시간대로 짧고, 승용차 등 차량도 탑승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얻고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최대 850명까지 승선이 가능한 오레지호의 평균 승선인원이 150명으로 줄어들면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선사측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적자액만 20억원에 이르며 올해도 현재까지 30여억원의 적자가 추가되는 등 지난 2년간 총 적자만 53억원에 이르고 있다.

선사측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학생들의 수학여행이 중단되고, 선박여행 기피현상이 심화된 데 이어 올해 ‘메르스’ 사태까지 겹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항만지역이 완도(쾌속선 포함 2곳 선사)와 목포, 여수, 해남(2시간대 쾌속선) 등으로 늘어나면서 제주를 오가는 전남지역 해운업계 전반에 걸쳐 경영난이 확산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게 선사측의 설명이다.

장흥∼제주간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 당장 장흥지역 토요시장과 우드랜드 등 주요 관광지의 이용객 감소 등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사측은 최근 장흥군에 “여객선 선박 엔진의 고장이 잦고, 누적된 적자로 더이상 운항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타지역 선사를 상대로 운항 허가권 인수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같은 선사측의 움직임에 대해 이미 선사내부적으로 장흥 노력항 철수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오렌지호 JH페리 회사는 경북 포항에 있는 대아그룹이 모기업으로 국내 해운업계 중 대표적인 여객선 운항 선사로 알려지고 있다.

장흥군은 지난 2010년 장흥 노력도 종합개발사업 중 하나로 110억원을 들여 노력항에 방파제와 물양장, 관리사무소(음식점, 특산물판매점, 편의점 등), 주차장 등을 갖춘 상태지만, 오렌지호의 운항 중단으로 관련 시설물로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곳에는 청원경찰(2명)과 행정요원, 미화요원 등 4명의 공무원도 파견 근무중이다.

/장흥=김용기기자·중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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