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반도는 여름이다. 태안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늘 익어가는 냄새에 취하게 되고, 해안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은 펜션들이 여름 휴가철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꽃단장이 한창이다. 조급함 탓인지 벌써 물놀이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간간이 눈에 띄인다. 한낮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6월, 바닷바람이 상쾌한 태안반도 여행을 떠나보자. 】〉〕 태안반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내 최대의 신두리 해안사구. 이곳에는 모래언덕 말고도 연분홍빛 해당화와 초록의 좀보리사초 등 갖가지 사구식물들이 초 여름 방문객들을 반긴다. 지난 겨울 내내 황량함만 감돌던 그래서 사막으로도 불리는 모래언덕 위로 초록빛 생명의 물결이 넘치고 그 물결 위로 흐드러진 해당화(美女花)가 곳곳에서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또 그 너머로는 신두리해수욕장의 은빛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꿈결처럼 펼쳐진다.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밭에 자생하는 낙엽관목으로 1.5m정도 자란다. 5개의 진홍빛 꽃잎으로 이루어진 꽃은 5∼7월에 피어나는데 당나라 양귀비가 자신을 비유했을 정도로 색채와 자태가 아름답다. 당나라 현종은 어느 따뜻한 봄날 심향전에 올라 사랑하는 양귀비를 불렀다. 그러나 양귀비는 지난밤 마신 술이 깨지 않아 시녀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현종앞에 섰다. 백옥같이 흰 양볼에는 홍조도 곱게 피어 있었다. 이에 현종이 “너는 아직도 취해 있느냐”고 묻자 양귀비는 “아직 해당화의 잠이 깨지 않았습니다”고 자신을 해당화에 비유해 답변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한때 뿌리가 당뇨병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 신두사구에 해당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두사구는 생태계의 작은 보고로도 불리운다. 사구를 꼼꼼히 관찰해보면 해당화 외에도 다종 다양한 식물군이 모래밭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전문기관에서 1년동안 신두리사구를 조사한 결과 신두사구에는 해당화 외에도 나팔꽃을 닮은 갯메꽃, 보라색 꽃망울의 갯완두, 갯방풍, 좀보리사초 등의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금개구리와 맹꽁이, 무자치, 누룩뱀, 아무르산개구리, 표범장지뱀등이 살고 있다. 이들 동·식물들은 해안사구지대가 아니면 찾아 볼 수 없는 생명체들이다. 빙하기 이후 1만5천여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태안 신두사구는 길이 3.2㎞, 폭 1.2㎞에 연면적 110만여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규모의 사구(砂丘)로 우리나라 해안사구 전체 30%에 해당하는 최대집중지역이다. 사구는 바람과 모래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언덕이다. 해안사구는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온 퇴적물이나 해저에 쌓여 있는 모래가 파도의 작용으로 운반되어 바닷가에 쌓이고 이 모래가 강한 해풍에 의해 육지쪽으로 다시 운반돼 쌓여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모래밭 위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모진 생명력’을 입증이나 하듯이 풀이 자라나고 꽃이 피고 생명체들이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신두사구는 개발과 보전, 사익과 공익사이에서 방황하다 2002년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됐다. 또한 환경부는 최근 국내 최대규모의 해안 사구로 알려진 충남 태안의 신두리사구에 형성돼 있는 두웅습지 일대 6만5천㎡를 사구습지로는 처음으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서 해당화 향기를 맡으며 바다를 끼고 산책하거나 해안과 사구를 가르는 사초 지역에 자리잡고 있노라면 오랜만에 내 자신속에 침잠할 수 있다. 잔뜩 낀 해무를 헤치며 드넓은 모래밭을 거닐다 보면 도심의 번잡함도 때 이른 더위도 싹 가신다. 해안가에는 MT 나온 대학생들이 때이른 물놀이를 즐기거나 공놀이를 하며 젊음을 발산하고 있다. 한켠에서는 아이들이 게 구멍을 파내어 서투른 게잡이를 하거나 살짝 얼굴 내민 게를 쫓아 다니느라 이리저리 바쁘기만 하다. 〔〈【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이 되기전 때 이른 여름의 평화스런 풍경들이다. 】〉〕 대학생 박인순(20·경기도)씨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고등학교때 배웠던 신두사구를 관찰하러 왔는데 사막같은 곳에서 꽃이 피고 생명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한 외경을 느꼈다”며 “길게 펼쳐진 신두리 해수욕장의 경관이 너무 평화롭다”고 말했다. 신두사구 지역에는 펜션이 많다. 펜션지역과 사구 지역이 개발지역과 보전지역으로 갈려있다. 사구 보전 시작지점까지 별장풍으로 지어진 갖가지 펜션들이 들어서 있어 숙박에는 불편이 없다. 비치하우스(041-672-9327), 오션힐 하우스(041-6757900), 해변의 집(041-675-8274), 마로니에(041-675-1617)등. 숙박요금은 유동적이므로 확인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