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 참사’ 하도급 업체 항소심 감형
2025년 02월 23일(일) 20:40
현산 관계자 3명은 집유 유지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감리자와 하청업체 관계자 등 3명이 감형을 받았다.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철거 공사를 도급받은 원청사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 소장 등 관계자 3명은 1심과 같은 집행유예 형이 유지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정훈)는 2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철거 공사 관계자 7명과 법인 3곳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일반 건축물 철거 하청업체인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모(32)씨에게 징역 2년(1심 징역 2년 6월), 재하도급 업체 백솔건설 대표이자 굴삭기 기사인 조모(51)씨에게 징역2년 6월(1심 징역 3년 6월)을 각각 선고했다. 철거 공사 감리자 차모(여·64)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1심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조씨에 대해서는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61)씨, 같은 회사 안전부장 김모(61)씨, 공무부장 노모(57)씨,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53)씨 등은 징역형 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의 원심이 유지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산업개발 법인과 한솔기업, 백솔기업의 벌금형도 유지됐다.

이들은 해체계획서를 무시하고 공사하거나 사고 방지와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2021년 6월 9일 광주시 학동 4구역에서 건물 붕괴를 유발, 인근 시내버스 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체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거나 변경하지 않은 채 임의로 해체방법을 정해 공사를 진행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현장 작업자가 해체 계획서 상의 해체 방법을 준수하지 않은 채 임의로 해체 방법을 변경해서 건물 안쪽에 높이 11m가 넘는 거대한 흙더미를 쌓았고, 기계가 닿는 대로 해체하다 1층 바닥이 붕괴해 건물이 도로변으로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건설업계 전반에 안전의 가치를 소홀히 한 채 시간을 단축하고 인건비를 감축하려는 문화가 만연 돼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들은 공사 기간을 단축해 인건비를 아껴야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 한솔 기업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공사를 50여억 원에 하도급을 받았는데, 불법하도급 업체 백솔에게 공사를 11억원에 하도록 했고, 이 금액은 공사 기간, 공사 방법 등을 고려할 때 해체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벅찬 금액이었다”고 지적했다.

학동유가족은 항소심 이후 성명서를 통해 “항소심 판결도 공사를 총괄한 원청의 불법 재하도급과 현장의 부실한 관리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참사에 대한 깊은반성과 함께, 제대로 된 건설기업의 문화를 정립하겠다는 새출발의 각오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 측에 적극적인 추모사업 지원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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