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예향] 뿌리 깊은 문화 파워 K-헤리티지
2025년 02월 17일(월) 20:05
‘한민족 공동체가 쌓아온 가치’ 강조…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명칭 변경
김치와 김장문화·장 담그기 문화 등 한국 전통 음식문화 전세계서 인정받아
실감 콘텐츠 활용 국가유산 투어·게임 등 48만 여 건의 문화유산 가치 창출 나서

지난해 8월 개관한 ‘대구 간송미술관’ 내 전시실.

지난해 5월 17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기본법’ 시행과 함께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60여 년 동안 사용했던 재화(財貨) 개념의 ‘문화재’라는 명칭도 국제기준에 맞게 유산(Heritage) 개념의 ‘국가유산’으로 바뀌었다. ‘국가유산’은 크게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나뉜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을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유산 ODA(국제개발협력) 사업’ 또한 문화강국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다.

◇‘장 담그기’, UNESCO 인류무형유산 등재=“이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사라져가는 장 문화가 되살아나고 계승되길 바랍니다.”

K-푸드의 뿌리인 한국 장 담그기 문화가 ‘국가무형유산’이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유네스코(UNESCO)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19차 회의에서 ‘한국 장 담그기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한국의 23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이며, 한국전통 음식문화로는 ‘김치와 김장문화’(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370년 된 씨간장을 갖고 정부대표단 일원으로 행사에 참석했던 기순도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35호·진장)은 “우리 전통 음식문화를 인정받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에 따라 지난해 5월 17일 기관명칭을 ‘국가유산청’으로 변경했다. 또한 문화재라는 용어를 ‘국가유산’으로 전환했다.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 대신 국제적 기준에 맞춰 ‘유산’(Heritage)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한 것이다.

◇‘문화재’ 명칭, 60여 년 만에 ‘국가유산’으로 확장=우리에게 친숙한 ‘문화재’(文化財)라는 명칭은 1962년 제정된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법적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유물이라는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 용어 대신 ‘문화유산’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국가유산(문화재)을 담당하는 기관 명칭은 그동안 ‘문화재관리국’(1961년)→‘문화재청’(1999년)→‘국가유산청’(2024년)으로 바뀌었다.

‘국가유산기본법’(제3조)은 국가유산을 ▲문화유산(우리 역사와 전통의 산물로서 문화의 고유성, 겨레의 정체성 및 국민생활의 변화를 나타내는 유형의 문화적 유산) ▲자연유산(동물·식물·지형·지질 등의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 ▲무형유산(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공동체집단과 역사·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된 무형의 문화적 유산) 등으로 분류한다.

그동안 ‘국가지정문화재’는 7개 유형(국보·보물·사적·명승·천연기념물·국가무형문화재·국가민속문화재)으로 구분해 왔다. 2023년 12월 기준 국가지정문화유산은 4357건, 시도지정문화유산 6981건, 국가등록문화유산 959건, 시도등록문화유산 84건이다. 이와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은 총 56건(세계유산 16건, 인류무형유산 22건, 세계기록유산 18건)이다.

매년 ‘국가유산’ 숫자가 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내 길상암 앞 ‘들매화’(野梅)와 함께 지난해 3월, 화엄사 각황전 앞 홍매화까지 확대 지정하고 ‘구례 화엄사 화엄매’(華嚴梅)로 지정 명칭을 변경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곡성 태안사 적인선사탑’을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승격지정 예고했으며, 지난 1월, ‘강진 만덕산 백련사와 다산초당 일원’을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예고했다.

최근 알제강점기에 반출돼 자취를 감췄던 문화유산이 100여 년만에 환수돼 눈길을 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라이엇게임즈 후원을 받아 경복궁 선원전(璿源殿)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편액(가로 3.12m× 세로 1.40m 크기)을 환수해 공개했다. 선원전은 역대 왕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봉안한 상징적인 건물이었다. 일제 강점기때 건물이 헐리고, 편액도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아동문학가 구루시마 다케히코(1874~1960) 기념관 김성연 관장은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인 데라우치 마사다케의 ‘조선관’ 사진 한장을 단서로 선원전 편액을 추적하는 과정을 지난해 10월 자비로 출판한 ‘아니다 거기 있었다’에 기록했다. 김 관장은 선원전에 대해 “나라의 혼과 정기가 모여있는 곳, 조선조 왕들의 역사와 그 얼이 서려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국가유산청은 오는 2030년 선원전을 본래 자리에 복원할 계획이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사직대제’(社稷大祭).
◇문화유산 훼손 사례 자주 발생해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 선생은 서화와 문화재 수집에 나선 까닭에 대해 “서화 전적과 미술품은 조선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간송의 문화유산 사랑이 아니었다면 1446년 반포된 한글창제 원리가 기록된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과 같은 ‘무가지보’(無價之寶) 문화유산은 어쩌면 우리 곁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국가유산청은 일상에서 국가유산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국가유산 유유자적 활용사업’을 펼치고 있다. 프로그램은 ▲생생국가유산 ▲살아숨쉬는 향교·서원 ▲문화유산 야행(夜行) ▲전통산사(山寺) 문화유산 ▲고택 종갓집 등이다. 또한 국가유산청은 홈페이지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48만 여 건에 달하는 국가유산 데이터와 콘텐츠 등 대용량 원천 데이터를 무료로 전면 개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실감 콘텐츠 3D VR(가상현실) 투어와 메타버스 게임 콘텐츠 제작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문화유산을 훼손시키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600년 역사의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방화로 5시간 만에 잿더미로 변해 온국민들에게 충격과 상실감을 안겼다. 또한 2023년 12월, 한 고등학생이 일명 ‘이 팀장’의 불법 온라인 사이트 홍보 지시를 받고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 44m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해 사회적인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KBS 드라마 제작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병산서원 만대루(晩對樓)와 기숙사 동재(東齋) 기둥 등 총 10곳에 촬영소품용 모형 초롱들을 매달기 위해 못질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러한 문화유산 훼손 사례들은 미래 세대에게 전해야 할 소중한 자산인 국가유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지난 2000년 민간 차원에서 처음 도입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국민신탁) 운동은 뜻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보성 벌교읍에 자리한 ‘옛 보성여관’(1935년 건립)처럼 보전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영구히 보전·관리하게 된다.

/글=송기동 기자 song@·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