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친환경도시’ 광주…녹색건축 전환 답보
2025년 10월 19일(일) 21:00
ZEB 인증 74건·그린리모델링 점유율 2% 불과…전국 최하위권
골목형 밀집 주거 형태 등 고려 생활밀착형 모델로 영역 넓혀야
광주시의 녹색건축 전환이 답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녹색건축인증(G-SEED), 그린리모델링 등 정부 핵심정책이 2050 탄소중립과 2030 감축목표(NDC)에 따라 속도를 내고 있지만, 녹색건축 확산은 구호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19일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이 내논 이슈포커스(새정부 출범에 따른 광주시 녹색건축물 조성방안)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광주는 ZEB 인증 건수가 74건으로 전국 2469건의 3.0%에 불과하다.

광주는 2022년 제2차 녹색건축물 조성 및 관리계획을 수립해 ‘광주 맞춤형 보급 확대’와 ‘기존 건축물 녹색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공공주도형 사업에만 머물러 민간 확산의 동력이 부족한 상태로 확인됐다.

광주는 전국 ZEB 본인증 지역별 평균(145건)에 못미치는 74건에 불과하고, 전국 17개 시·도 중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는 주거용 인증 실적은 전무하며 대부분이 공공·업무용 위주다. 전체 건축물 대비 ZEB 보급률은 0.13%로 세종(0.36%), 인천(0.19%)보다 낮다.

녹색건축 인증(G-SEED)의 경우 전국적으로 민간 건축물 중심의 인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광주는 여전히 공공청사가 대부분이다.

민간 부문은 자발적 참여를 이끌 제도적 유인이 부족하고, 지방조례나 재정지원 방식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린리모델링 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0~2024년 기준 전국 평균 대비 광주의 점유율은 2%대로, 광역시 중 최하위권이다.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사업 건수는 감소세에 있고, 어린이집·보건소 중심의 제한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주형 녹색리모델링이 지역 주거지나 생활SOC로 확장되지 못한 원인은 예산 불안정, 인력 부족, 행정 절차 복잡성 등이 동시에 작용한 데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부의 ‘지자체 녹색건축 평가(2022~2024년)’에서도 광주는 세 해 연속 ‘확산 보통·에너지성능 우수·정책이행 우수’ 등급을 나타냈다.

제도와 예산은 우수하지만 확산력과 집행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인적역량 점수가 연속 하락했으며, 그린리모델링 도입률도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결과적으로 ‘정책 우수 도시’라는 외형 아래 ‘현장 실행력 부진’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광주의 지리적 제약도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도심·골목형 주거의 고밀저층 주거지와 노후 건축물 밀집, 내륙형 기후 요인으로 재생에너지 입지가 제한되고, 기후열섬·난방비 부담이 커진다.

이런 특성상 건물 단위의 단열개선 수준을 넘어 마을·커뮤니티 단위의 통합 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민 체감형 사업, 에너지 취약계층 연계형 그린리모델링 등 사회복지 접근이 병행돼야 실질적 탄소감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가정책과의 연계 부재다. 국가 제3차 녹색건축 기본계획(2025~2029)은 기후적응·디지털 기반의 통합전략을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광주의 현행 계획은 개별 기술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BIM(건물정보모델링) 등 디지털 관리체계를 활용한 실시간 데이터 기반 관리도 정책화되지 않았다. ‘AI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의 비전과 실제 녹색건축 시스템이 따로 노는 셈이다.

광주형 녹색건축 정책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민간 참여 인센티브 확충’, ‘AI·RE100 연계 설계’, ‘전문인력 양성’을 핵심 해법으로 꼽는다.

공공건축물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영구임대·소형주택 등 생활밀착형 모델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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