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나는 뮤지엄에 문화 쇼핑 간다”
2025년 10월 09일(목) 17:15 가가
색다른 감각·스토리, K굿즈 열풍
리움미술관·중앙박물관 뮤지엄 숍 인기
리움미술관·중앙박물관 뮤지엄 숍 인기
최근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극중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갓 등 전통적인 캐틱터를 모티브로 한 굿즈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케데헌’의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의 갓(모자), 캐릭터 ‘더피’의 호랑이를 소재로 제작한 배지와 볼펜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다. 바야흐로 K-팝, K-푸드에 이어 K-굿즈가 또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자리한다. 올해 들어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수가 418만 9822명(8월25일 기준)으로 돌파하는 등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년 전인 2023년의 역대 최다 관람객 수 418만 285명을 넘어선 수치다. 또한 1945년 박물관이 문을 연 이래 연간 가장 많은 인원이 방문한 기록이다. 전체 방문객 중 국내 관람객은 404만 6576명, 외국인 관람객은 14만3246명이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의 관람객 수를 더하면 연말까지 총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K-팝, K-푸드 넘어 K-굿즈 시대
특히 공식 굿즈 브랜드 ‘뮷즈’(MU:DS)를 운영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선보이며 국내외 관람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상품은 출시 직후 온라인 예약이 마감될 정도이며 주말마다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MZ세대 사이에서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이어 뮤지엄 숍이 새로운 쇼핑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아트숍이 각광받고 있는 데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미술관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21년 미술애호가인 BTS의 RM이 국보 반가사유상을 작은 크기로 만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을 구입한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2020년 출시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RM의 지갑을 열게 한 굿즈’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약 4400개 팔리면서 약 2억74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실제로 20·30세대가 ‘뮷즈’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뮷즈’는 미술관, 박물관의 아트숍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을 의미한다. 하지만 잘 알려진 관광명소나 스포츠 구단에서 판매하는 기념품과 달리 뮷즈는 유명 작가의 명화나 문화재 등을 모티브로 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예술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뮷즈 이전에 아트상품으로 불렸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외 미술관, 박물관은 전시장 출구에 아트숍을 배치해 전시를 둘러본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 들인다. 특별전이나 기획전을 관람하면서 느끼는 감동의 여운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트상품의 교과서 ‘리움스토어’
관람객의 입장에선 미술관을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아트숍에 들러 전시도록이나 명화의 이미지를 소재로 제작한 스카프, 판화, 필기도구, 우산, 엽서, 가방 등 예술작품을 ‘손에 넣는’ 즐거음이 있다. 원화에서 느꼈던 예술적 체험을 오래도록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트숍은 미술관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공간인 것이다.
특히 근사한 전시회를 관람난 후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며 관람 후기를 나누거나 마음에 드는 아트 상품을 손에 넣는 것은 미술관을 두배로 즐기는 방법이다. 전시장에서 작품으로 마주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뮤지엄숍인 ‘리움스토어’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다. 리움미술관은 지난 2021년 전통과 현대, 미래를 담은 3개의 건축물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물로 재개관한 이후 더 유명해졌다. 미니멀하면서도 둔중한 형태의 M1, 모던한 감각의 블랙박스(아동교육문화센터), 현대미술 상설전시장인 M2가 ‘하나의 지붕’안에 모여있는, 사실상 국내 최대의 사립미술관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조명 대신 은은한 한지와 나무를 사용해 전통 건축기법인 짜임과 격자 형태로 구조물을 꾸민 게 특징이다.
미술관 1층 로비에 위치한 ‘리움스토어’는 방문객들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핫플’이다. 리움스토어에 들어서면 아트숍이라기 보다는 작은 갤러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처럼 특별한 아우라를 풍긴다. 매장은 크게 고미술과 특별전, 기획전,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태로 디자인한 수 백여 종의 아트상품이 섹션별로 나뉘어져 눈길을 끈다. 머그컵, 부채, 키링, 노트처럼 일상적인 사물에 아티스트의 감각과 큐레이션의 시선이 어우러져 관람의 여운을 음미할 수 있다. 대부분 한정 수량으로 제작되며, 시즌 연계 및 협업 에디션 중심의 구성은 소장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술계에선 아트숍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높은 퀄리티를 뽐낸다.
#손에 잡히는 ‘관람의 여운’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는 고미술을 모티브로 한 굿즈존이다. 리움 미술관은 상설 컬렉션인 고미술 작품들을 ‘권위와 위엄, 화려함의 세계’(1층), ‘감상의 취향’(2층), ‘흰빛의 여정’(3층), ‘푸른빛 문양 한 점’(4층) 등으로 나뉘어 국보 6점, 보물 4점, 현대미술 6점 등 16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리움스토어에 선보이는 제품들 가운데에는 이들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제작된 굿즈들이 많다. 다른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들도 있지만 섬유공예, 생활공예, 금속공예 등 아티스트와 협업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술관측은 재개관 기념으로 컬렉터로서 작품을 소장하는 경험을 누리고 싶어하는 MZ세대를 겨냥해 공예작가 6인과 협업해 ‘미니어처 가구’ 시리즈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름하여 ‘생애 처음 시작하는 컬렉션’이다. 매장에 디스플레이된 가구 하나하나가 전시장에 놓여 있는 것 처럼 공간과 잘 어울린다.
물푸레 나무로 만든 벤치에서부터 간결한 선이 인상적인 목조의자, 굵은 매듭으로 디자인된 소파까지 다양하다. 주 고객층은 20~30대 젊은 층이다. 값비싼 미술작품을 구입하기엔 여유가 없지만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장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은 이들이다. 가격도 75만~220만 원까지 비교적 고가인데도 일부 제품은 완판되기도 했다.
양성일 삼성문화재단 홍보담당은 “리움스토어는 담당 큐레이터가 직접 제품 선정 및 제작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관한다”면서 “전시가 열리면 해당 전시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일부는 리움의 아트숍만을 위해 별도의 기획상품을 전시작가와 공동진행한다”고 말했다.
#문화광주 대표할 ‘뮷즈’ 없나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도 볼거리가 많은 아트숍을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일년에 상·하반기로 나눠 블록버스터전을 개최하는 미술관은 명화의 이미지를 입힌 수십 여 종의 아트상품을 개발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난 5월 개막해 50만 여 명(7월말 기준)을 기록한 ‘마르크 샤갈 특별전-비욘드 타임(Beyond Time, 5월 23일~9월 21일, 이하 샤갈 특별전)이 대표적인 예다. 미술관 1층에 꾸며진 아트숍에는 샤갈의 화려한 색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아트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전시 주제를 반영한 연계 굿즈부터 유명 작가들의 실용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한 제품들도 만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상품인 샤갈의 전시도록과 판화에서부터 스카프, 연필, 노트, 가방, 엽서, 머그컵, 마그네틱 등 생활용품들이 관람객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뮷즈는 단순히 전시 관람의 기억을 남기는 공간이 아니다. 특히 전통의 미학과 예술적 스토리를 담은 아트 상품은 외국인 관람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문화 선물이다. 이젠 더 이상 단순한 기념품이 아닌 도시의 이미지를 알리는 브랜드로 진화중이다. 문화광주가 아트상품, 나아가 뮷즈에 눈을 돌려야하는 이유다.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케데헌’의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의 갓(모자), 캐릭터 ‘더피’의 호랑이를 소재로 제작한 배지와 볼펜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다. 바야흐로 K-팝, K-푸드에 이어 K-굿즈가 또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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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민화와 전통적인 소재로 제작한 다양한 굿즈. /최현배 기자 |
특히 공식 굿즈 브랜드 ‘뮷즈’(MU:DS)를 운영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선보이며 국내외 관람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상품은 출시 직후 온라인 예약이 마감될 정도이며 주말마다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MZ세대 사이에서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이어 뮤지엄 숍이 새로운 쇼핑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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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뮷즈인 석굴암 조명. /최현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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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의 뮤지엄숍인 리움스토어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디자인한 수백 여 종의 아트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리움미술관 제공> |
관람객의 입장에선 미술관을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아트숍에 들러 전시도록이나 명화의 이미지를 소재로 제작한 스카프, 판화, 필기도구, 우산, 엽서, 가방 등 예술작품을 ‘손에 넣는’ 즐거음이 있다. 원화에서 느꼈던 예술적 체험을 오래도록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트숍은 미술관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공간인 것이다.
특히 근사한 전시회를 관람난 후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며 관람 후기를 나누거나 마음에 드는 아트 상품을 손에 넣는 것은 미술관을 두배로 즐기는 방법이다. 전시장에서 작품으로 마주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뮤지엄숍인 ‘리움스토어’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다. 리움미술관은 지난 2021년 전통과 현대, 미래를 담은 3개의 건축물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물로 재개관한 이후 더 유명해졌다. 미니멀하면서도 둔중한 형태의 M1, 모던한 감각의 블랙박스(아동교육문화센터), 현대미술 상설전시장인 M2가 ‘하나의 지붕’안에 모여있는, 사실상 국내 최대의 사립미술관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조명 대신 은은한 한지와 나무를 사용해 전통 건축기법인 짜임과 격자 형태로 구조물을 꾸민 게 특징이다.
미술관 1층 로비에 위치한 ‘리움스토어’는 방문객들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핫플’이다. 리움스토어에 들어서면 아트숍이라기 보다는 작은 갤러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처럼 특별한 아우라를 풍긴다. 매장은 크게 고미술과 특별전, 기획전,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태로 디자인한 수 백여 종의 아트상품이 섹션별로 나뉘어져 눈길을 끈다. 머그컵, 부채, 키링, 노트처럼 일상적인 사물에 아티스트의 감각과 큐레이션의 시선이 어우러져 관람의 여운을 음미할 수 있다. 대부분 한정 수량으로 제작되며, 시즌 연계 및 협업 에디션 중심의 구성은 소장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술계에선 아트숍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높은 퀄리티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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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의 뮤지엄숍인 리움스토어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디자인한 수백 여 종의 아트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리움미술관 제공> |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는 고미술을 모티브로 한 굿즈존이다. 리움 미술관은 상설 컬렉션인 고미술 작품들을 ‘권위와 위엄, 화려함의 세계’(1층), ‘감상의 취향’(2층), ‘흰빛의 여정’(3층), ‘푸른빛 문양 한 점’(4층) 등으로 나뉘어 국보 6점, 보물 4점, 현대미술 6점 등 16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리움스토어에 선보이는 제품들 가운데에는 이들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제작된 굿즈들이 많다. 다른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들도 있지만 섬유공예, 생활공예, 금속공예 등 아티스트와 협업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술관측은 재개관 기념으로 컬렉터로서 작품을 소장하는 경험을 누리고 싶어하는 MZ세대를 겨냥해 공예작가 6인과 협업해 ‘미니어처 가구’ 시리즈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름하여 ‘생애 처음 시작하는 컬렉션’이다. 매장에 디스플레이된 가구 하나하나가 전시장에 놓여 있는 것 처럼 공간과 잘 어울린다.
물푸레 나무로 만든 벤치에서부터 간결한 선이 인상적인 목조의자, 굵은 매듭으로 디자인된 소파까지 다양하다. 주 고객층은 20~30대 젊은 층이다. 값비싼 미술작품을 구입하기엔 여유가 없지만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장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은 이들이다. 가격도 75만~220만 원까지 비교적 고가인데도 일부 제품은 완판되기도 했다.
양성일 삼성문화재단 홍보담당은 “리움스토어는 담당 큐레이터가 직접 제품 선정 및 제작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관한다”면서 “전시가 열리면 해당 전시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일부는 리움의 아트숍만을 위해 별도의 기획상품을 전시작가와 공동진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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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아트숍. <한가람미술관 제공> |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도 볼거리가 많은 아트숍을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일년에 상·하반기로 나눠 블록버스터전을 개최하는 미술관은 명화의 이미지를 입힌 수십 여 종의 아트상품을 개발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난 5월 개막해 50만 여 명(7월말 기준)을 기록한 ‘마르크 샤갈 특별전-비욘드 타임(Beyond Time, 5월 23일~9월 21일, 이하 샤갈 특별전)이 대표적인 예다. 미술관 1층에 꾸며진 아트숍에는 샤갈의 화려한 색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아트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전시 주제를 반영한 연계 굿즈부터 유명 작가들의 실용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한 제품들도 만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상품인 샤갈의 전시도록과 판화에서부터 스카프, 연필, 노트, 가방, 엽서, 머그컵, 마그네틱 등 생활용품들이 관람객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뮷즈는 단순히 전시 관람의 기억을 남기는 공간이 아니다. 특히 전통의 미학과 예술적 스토리를 담은 아트 상품은 외국인 관람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문화 선물이다. 이젠 더 이상 단순한 기념품이 아닌 도시의 이미지를 알리는 브랜드로 진화중이다. 문화광주가 아트상품, 나아가 뮷즈에 눈을 돌려야하는 이유다.
/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