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 지자체 불똥…여수 법인지방소득세 66.7% 급감
2025년 02월 23일(일) 20:35
위기의 여수산단 <하> 전남 주력산업 흔들
전남도, 석화산업 대응추진단 신설
39개 사업에 5조6480억 투입 계획
신산업 유치·노후 산업 인프라 확충
규제 개선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도

여수 석유화학산단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여수 석유화학산단은 지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전남 산업의 주축이다. 철강·조선과 함께 전남의 3대 주력 산업으로, 관련 기업이 284개에 이르고 종업원만 2만 2500명(2022년 광업·제조업 통계자료, 통계청)이 넘는다.

이 같은 핵심 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및 중동의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남도와 여수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우려도 높을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 2023년 누계 생산액이 84조 1918억원으로 전년도(99조 4634억원)에 견줘 15.3%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42조원 규모로 전년도(50조원)에 비해 16.0%가 줄었다. 가동을 멈추는 공장이 잇따랐고 이러다보니 설비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기업들이 위기를 겪으면서 지자체에도 불똥이 튀었다.

여수시는 법인지방소득세로 1672억원(2023년)을 거둬들였지만 지난해에는 8월 말까지 징수한 금액이 557억원으로 무려 66.7%나 급감했다. 지방소득세도 무려 58.5%나 감소해 전국에서 이천(69.7%)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다. 돈이 돌지 않으니 빈 상가도 급증해 여수 원도심 상가 공실률은 전국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지난해 8월부터 전남도와 여수시 등이 ‘여수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협의체’를 꾸리고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전략 토론회’(11월)와 ‘석유화학기업 현장 간담회’(12월) 등을 잇따라 추진하며 전략 수립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전남도는 올 1월 전담조직인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추진단’도 신설했다. 전남도의회도 이광일(민주·여수 1), 주종섭(민주·여수 6) 도의원 등을 중심으로 ‘전남도 산업단지 지속성장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또 24일부터 이틀 간 석유화학산업 위기 대응을 위한 현장 토론회를 열고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 및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

전남도는 이같은 절차 등을 통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한 뒤 ‘여수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 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의 재편과 위기대응을 위한 ▲석유화학산업의 친환경·고부가 산업으로 재편 ▲탄소중립형 산업단지 조성 ▲산업 인프라 확충 ▲규제개선 등 4개 분야 39개 사업 5조 648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남도는 특히 석유화학산업을 친환경·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10개 사업 5858억원)하고 각국의 환경규제와 탄소배출 제한 정책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데 따라 탄소중립형 산업단지로 조성(9개 사업 1조 4225억원)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수소 및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산업 등 신산업 유치를 통해 장치산업을 활성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RE100 산단 조성 등도 추진한다.

또 노후화된 산업 인프라를 확충(12개 사업 3조 6397억원)하고 규제 개선을 통한 기업 경쟁력을 강화(M&A·환경·관세 면제)하는 방향으로 39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장기 전략 뿐 아니라 단기 과제 해결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남도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속한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에 지정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중이다.

오는 3월 초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키로 하고 국회, 산자부 등을 돌며 신속한 지정을 요청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태풍 힌남노로 철강산업 피해를 입은 포항시가 지난 2022년 지정된 바 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역산업위기대응법(8조)에 따라 ▲금융·재정 지원 ▲연구개발·성과사업화 지원 ▲국내 판매·수출지원 ▲경영·기술·회계 관련 자문 등을 받을 수 있다. 재직근로자의 교육 훈련 및 실직·퇴직자의 재취업교육 등 고용안전 지원도 이뤄진다.

전남도는 이와함께 고정비용을 절감, 기업의 경영 부담을 직접적으로 덜어주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용 전기료 인하도 건의한 상태다. 전남도 관계자는 “여수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들 애로사항 등이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후속 대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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