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을 하다 붙잡힌 외국인 열 명이 경찰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중 비좁은 창문 틈으로 집단 탈주했다. 경찰의 허술한 감시로 피의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광주광산경찰에 따르면 그제 오전 6시 40분께 광주시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로 체포된 베트남 국적 23명 중 열 명이 도주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새벽 월곡동의 단독 주택에서 “외국인들이 모여 도박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해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23명 모두를 월곡지구대로 임의 동행해 공간이 넓은 회의실에 머물게 하면서 한 명씩 불러 신원과 도박 방식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한데 한 시간쯤 지나 회의실에 있어야 할 인원이 줄어든 것을 알아차린 경찰은 이들 중 절반가량이 창문을 통해 도주한 것을 확인했다. 회의실에는 바깥으로 밀면 15㎝ 남짓 벌어지는 공기 순환용 창문이 있는데,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이 창틈으로 몸을 빼내는 데 성공하자 나머지도 같은 방법으로 슬금슬금 빠져나간 것이다.

당시 지구대에는 직원 일곱 명과 지원을 나온 기동대 다섯 명이 투입돼 있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피의자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통제에 잘 따르자 수갑을 채우지 않았고, 회의실 안에 감시 인력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불법 체류자 신분인 탈주범 열 명 가운데 어제까지 일곱 명의 신병을 확보했고 나머지는 추적 중이다.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이번 집단 탈주 사건은 일선 경찰관들의 안일한 피의자 관리에서 비롯했다. 감시 카메라도 없는 회의실에 피의자들을 모아 놓고 제대로 감시조차 하지 않은 것은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말해 준다. 광산경찰서 산하 파출소에서는 지난해에도 조사를 받던 30대 남성이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장 경찰관들에 대한 재교육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