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인구 절반만 정착해도 소멸 막는다
2023년 04월 17일(월) 20:35 가가
사라지는 지방 막을 수 없나 <9> 귀농·귀촌 정책 바꿔야
귀농 희망자 해마다 늘지만 주거·일자리 문제로 정착 못해
전남, 빈 집 활용 5% 못 미치고 일자리 정보도 얻기 힘들어
귀농 희망자 해마다 늘지만 주거·일자리 문제로 정착 못해
전남, 빈 집 활용 5% 못 미치고 일자리 정보도 얻기 힘들어
/클립아트코리아
#. 인생 2막을 꿈꾸며 완도로 귀농했던 퇴직 공무원 박모(62)씨는 귀농 6개월 만에 원래 거주지였던 인천으로 돌아갔다. 박씨가 역귀농한 이유는 집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빈집은 널려 있었지만 매물로 나온 집이 거의 없었고, 그마저도 너무 낡아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 박씨의 호소이다.
박씨는 “군청에서 수리비를 지원해준다지만 부족한 수준이었다”며 “애써 집을 수리해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집을 비워줘야 하니,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박씨는 지난해 6개월 동안 친척 집에서 머물다가, 여생을 보낼만 한 집을 찾지 못해 귀농을 포기했다. 귀농을 위해 구매한 농지를 완도에 고스란히 두고 왔다는 박씨는 “주거 관련 지원 정책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며 “지자체가 널려있는 빈집을 활용해 귀농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더라면 귀농에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전남의 인구소멸이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지방으로 가겠다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바로 ‘귀농·귀촌 희망자’다. 전남에서도 귀농·귀촌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주거와 일자리 문제로 정착을 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는 이들도 많다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얘기이다.
정부가 2018년 발표한 ‘귀농·귀촌인의 정착실태 장기추적조사’에 따르면 농촌 적응에 실패해 도시로 돌아가는 역귀농·귀촌 비율은 약 10%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 체감한 역귀농의 비율은 50%를 넘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현섭 보성군 귀농귀촌지원센터장은 “역귀농인은 대부분 말 없이 떠나고, 한번 떠나면 실패 경험 탓에 관련 기관의 조사나 전화 응대 등을 피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비율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역귀농을 막고 전남을 찾은 귀농인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착지원 정책을 펼친다면 지방소멸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귀농·귀촌인 절반만 정착에 성공해도 전남의 인구소멸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귀농으로 농촌을 떠난 이들은 ‘주거와 일자리’에서 제대로 된 정보조차 얻기 힘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남도는 ‘전남도 귀농산어촌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빈집 정보를 게시하고 있지만, 귀농인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8일 현재 센터에 올라온 빈집 매물은 전남 22개 시·군에서 394곳뿐이었다. 전남 시·군 1곳 당 20여 개의 매물만 올라와 있는 셈이지만, 매물이 한 곳도 없는 지자체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남에는 약 2만 2000개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활용되고 있는 것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에서 곡성으로 귀촌한 지 3년 차인 김수빈(여·31)씨는 주변 청년들이 역귀촌하는 이유로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김씨는 “곡성에서 청년들이 살아보는 프로그램인 ‘청춘작당’ 1기로 참가해 곡성에 귀촌했다”며 “하지만 최근 2기와 3기에 참여한 청년들중 귀촌해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과 달리 지역에는 청년 일자리가 많이 없는데다, 직장 복지 개념도 부족해 청년들이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씨는 “일자리 종류도 생산직·영업직 등 다양하지 않고, 관련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며 “귀촌했던 청년 대부분이 일할만한 직장이 없어 다시 도시로 떠났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국 귀농귀촌 30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달 발표한 ‘2022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되고 있다. 현재 귀농귀촌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조사대상의 33%가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지원자격이 까다롭다’(귀농인 24%, 귀촌인 18%)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없다’(귀농인 14%, 귀촌인 17%)가 뒤를 이었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귀농귀촌인의 40%는 ‘주택·일자리·농지 등 정보 제공’이라고 답변했다.
귀농귀촌인의 65% 이상은 관련 정보를 ‘가족 또는 지인’에게 얻는다고 답변했고, 농림축산식품부·귀농귀촌종합센터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보제공 기능을 개선해 귀농귀촌인의 안정적 정착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농귀촌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집주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일자리 같은 경우 전남도 일자리통합정보망에 게시하고 있다. 박람회, 캠페인 등을 적극적으로 개최해 귀농귀촌인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박씨는 “군청에서 수리비를 지원해준다지만 부족한 수준이었다”며 “애써 집을 수리해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집을 비워줘야 하니,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남의 인구소멸이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지방으로 가겠다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바로 ‘귀농·귀촌 희망자’다. 전남에서도 귀농·귀촌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주거와 일자리 문제로 정착을 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는 이들도 많다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얘기이다.
안 센터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역귀농을 막고 전남을 찾은 귀농인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착지원 정책을 펼친다면 지방소멸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귀농·귀촌인 절반만 정착에 성공해도 전남의 인구소멸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귀농으로 농촌을 떠난 이들은 ‘주거와 일자리’에서 제대로 된 정보조차 얻기 힘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남도는 ‘전남도 귀농산어촌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빈집 정보를 게시하고 있지만, 귀농인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8일 현재 센터에 올라온 빈집 매물은 전남 22개 시·군에서 394곳뿐이었다. 전남 시·군 1곳 당 20여 개의 매물만 올라와 있는 셈이지만, 매물이 한 곳도 없는 지자체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남에는 약 2만 2000개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활용되고 있는 것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에서 곡성으로 귀촌한 지 3년 차인 김수빈(여·31)씨는 주변 청년들이 역귀촌하는 이유로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김씨는 “곡성에서 청년들이 살아보는 프로그램인 ‘청춘작당’ 1기로 참가해 곡성에 귀촌했다”며 “하지만 최근 2기와 3기에 참여한 청년들중 귀촌해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과 달리 지역에는 청년 일자리가 많이 없는데다, 직장 복지 개념도 부족해 청년들이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씨는 “일자리 종류도 생산직·영업직 등 다양하지 않고, 관련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며 “귀촌했던 청년 대부분이 일할만한 직장이 없어 다시 도시로 떠났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국 귀농귀촌 30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달 발표한 ‘2022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되고 있다. 현재 귀농귀촌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조사대상의 33%가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지원자격이 까다롭다’(귀농인 24%, 귀촌인 18%)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없다’(귀농인 14%, 귀촌인 17%)가 뒤를 이었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귀농귀촌인의 40%는 ‘주택·일자리·농지 등 정보 제공’이라고 답변했다.
귀농귀촌인의 65% 이상은 관련 정보를 ‘가족 또는 지인’에게 얻는다고 답변했고, 농림축산식품부·귀농귀촌종합센터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보제공 기능을 개선해 귀농귀촌인의 안정적 정착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농귀촌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집주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일자리 같은 경우 전남도 일자리통합정보망에 게시하고 있다. 박람회, 캠페인 등을 적극적으로 개최해 귀농귀촌인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