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들의 소소하지 않은 서사’

인간의 역사에서는 위대한 업적을 쌓은 인물들만 역사의 주인공이 되라는 법은 없다. 또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뒤늦게 조명받는 인물들도 있다. 이미 알려진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애초에 그 존재조차 모르는 역사 인물이 대다수이다.

최근 출간된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는 기존의 앎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찾아나서게 한다. 책을 쓴 서양사학자 조한욱 교수는 ‘신문화사’라는 새로운 분야를 한국 사회에 알리며 역사에서 소외된 민중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삶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책은 그가 지난 10년간 발표해온 칼럼들을 선별해 엮은 것으로,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330여 개는 날짜 순으로 분류됐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사 속 인물들과, 대중의 시야 밖에서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일들을 해온 동시대적 인물들을 소개한다.

핍박받는 평민들의 삶을 위해 살다가 반역자로 몰린 로마의 장군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 17세기에 여성 음악인으로서 성공을 거둔 카치니 자매를 비롯해 로마 최고의 지배자라는 호칭을 받은 트라야누스 황제,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 토마 상카라, 고대 말 이집트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와 같은 인물들은 세계사에 투영된 오늘의 우리 사회 모습이 어떠한지, 어떤 흐름을 거쳤는지를 보여준다.

각 이야기 끝에 적힌 핵심 키워드는 주제와 관련된 것으로, 색인을 통해 관심 있는 주제만 골라 읽을 수도 있다.

<교유서가·2만2000원>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