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18의 핵심이 ‘대동세상’이라고 생각해요. ‘민주화’란 국민이 주권을 찾는 것으로, 옛 동학운동부터 4·19혁명, 6월항쟁 등으로 이어져온 가치지요. 그 중에서도 광주는 함께 어울려 잘 사는 것, ‘대동세상’을 실현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합니다.”

문화해설사 김용철(66)씨는 16년째 ‘오월지기’로 활동하면서 세계인에게 5·18을 알리고 있다. 5·18기념재단이 운영하는 ‘오월지기’는 국립5·18민주묘지와 5·18 구묘역, 5·18 민주광장(구 도청) 등 5·18 사적지를 찾은 이들에게 장소의 의미와 역사, 민주 정신 등을 안내하는 해설사 커뮤니티다.

“1980년 5월 조선대학교 일어과 3학년생으로서 함께 5월을 겪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적극적으로 운동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제게 오월지기란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처럼, ‘산 자’가 어떻게 앞서 간 이의 뜻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답입니다. 광주 시민으로서 5·18의 정신과 가치를 공부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사명감도 있지요.”

김씨는 1984년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비교문학을 연구했다. 유학 중에도 광주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는데,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5·18 관련 음반, 시집 등을 꾸준히 모아 왔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구한 자료 중 일부를 5·18기념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2001년에 광주로 돌아와 살림을 차렸는데, 마침 오월지기를 모집하고 있더라고요. 그간 틈틈이 공부해 왔던 5·18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다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김씨는 광주를 찾은 외국인에게 5·18을 알리는 데도 도움을 줬다. 김씨는 오랜 일본 유학 생활을 했던 만큼 일본인들과 원활하게 소통해 왔고, 또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일본인들과 함께 5·18 세미나, 사적지 탐방 등을 하다 보면 민주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느껴져요. 그들은 1945년 패전 후 미국에 의해 민주화 흐름이 유입됐다고 봅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늘 항쟁, 싸워서 쟁취하는 방식을 택했죠. 5·18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묘역에서 함께 슬픔에 잠길 때면 조용히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늘 ‘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한다. 과거를 알아야 현실을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으며, 나아가 미래를 설계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씨는 “지금의 우리,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광주 시민의 자랑스러운 역사 5·18의 의미를 알려주고, 오월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활동가로도 활동 중인 김씨는 최근 뉴스타파와 함께 1980년 5~6월 일본 외무성으로 전달된 일본대사관 정보보고서를 번역하는 등 5·18 연구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