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부터 발달장애, 말더듬이, 실어증, 청각 장애, 난독증 등으로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 아이부터 성인까지 여러 이유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다. ‘언어재활사’는 이들을 도와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전문가다.

언어재활사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일까. (사)언어재활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은경(49) 동신대 언어치료학과 교수의 답은 ‘학교’였다.

이 교수는 최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학교언어재활사 의무배치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들이 쉽게 공부하고 소통할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활발히 의사소통을 하는 곳이고, 그만큼 언어재활사가 가장 필요합니다. 언어재활사가 학교에서 근무한다면 장애 학생뿐 아니라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적절한 도움을 준다면 재활 효과는 물론 학습 효과도 높아지게 마련이에요.”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 학생들은 현재 학교가 아닌 병원, 복지관, 언어재활기관 등에서 언어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 경우 ‘일반화’가 어렵다. 치료기관 환경과 학교 환경이 달라서, 정작 또래들과 어울릴 때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할 때 곧바로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100여년 전부터 언어재활사를 학교에 배치했습니다. 1950년대 이후부터는 모든 공립학교에 언어재활사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법제화했죠. 학교에서 언어재활사들은 직접 교실에 투입돼서 수업을 보조하거나, 학교 언어재활실에서 아이들을 즉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늘어난 북한 이탈주민,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 온 이 아이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 하는 데도 언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10여년 동안 언어재활사로 활동했으며, 2010년 동신대로 적을 옮겼다. 현재 한국언어치료학회 이사, 국제다문화의사소통학회 이사,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발달지원사업 슈퍼바이저 등을 맡고 있다.

언어재활사협회에서 대의원, 이사 등으로 활동했던 그는 그간 폐쇄적이었던 협회를 개방하고 언어재활사를 널리 알리고자 협회장직에 도전,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언어재활사는 예로부터 ‘언어치료사’로 불려왔으며, 지난 2012년 언어재활사가 국가자격으로 법제화되면서 지금의 명칭을 갖게 됐다. 언어재활사가 되려면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국가시험를 치르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 교수는 “언어재활사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30여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생소해 하는 이들이 많다”며 “전국에 1만5000여명, 광주·호남 지역에만 1400여명이 병원·유치원 등 보육기관·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언어재활사 의무배치를 법제화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밖에도 사회서비스 바우처 근로자로 활동하며 20여년 전부터 동결되다시피 한 언어재활사 임금을 인상시키는 등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