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적발한 전남도교육청의 ‘납품 비리’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한두 명도 아니고 연루된 직원들만 57명인 데다, 이들이 브로커와 업자들로부터 뇌물과 골프 접대를 별다른 죄의식 없이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전남 지역 학교 62곳의 다목적 강당이나 체육관에 28억 원 상당의 롤스크린을 설치하는 사업과 관련, 업체와 브로커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롤스크린 설치 업체는 납품을 위해 브로커 10명에게 자그마치 13억 원을 건넸고 브로커들은 물품 납품 여부를 책임지는 담당 직원 로비를 위해 1억 원을 썼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8명이 1000만 원가량을 받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수사기관 추적이 쉽게 가능한데도 그중 6명은 은행 계좌이체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대담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브로커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관련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에게도 선물을 건네는 등 접촉의 ‘끈’을 이어갔다고 한다. 선물도 단순한 과일·수산물뿐만 아니라 와이셔츠 등 공무원 개인별 취향과 특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태료를 내야 할 처지에 몰린 공무원들만 45명이나 된다.

이처럼 정상적 물품 납품에 들어갈 비용이 브로커와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감에 따라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부패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쉽게 계약을 따낸 업체 대표 등은 계약 조건과 다른, 낮은 사양의 롤스크린을 설치해 차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공무원들의 비리 실태를 보면 그동안 교육청이 모토로 내세웠던 ‘청렴’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진다. 전남도 교육청은 이제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고강도 대책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담당 공무원들의 재량에 의해 납품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 비리를 낳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하루속히 관급 계약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