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아파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것이 바로 가족 이름과 얼굴이었다고 해요. 저도 일기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면 당시의 기분과 기억을 더듬을 수 있어 기쁜데, 그러지 못할 때의 심정은 너무도 비참할 듯합니다. 앞으로 인간의 기억, 그리고 학습과 기억 저장의 연관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싶어요.”

전남 스타 200인에 선정된 최승아(20·여)씨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2학년에 재학중이다. 지난해 12월 전남의 으뜸인재로 선발된 뒤 전남도청에서 열린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 으뜸인재 증서 수여 및 새천년 인재 봉사단 발대식’에서 대표로 나서 ‘희망이야기’를 통해 지역 학생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교육 없이 전남과학고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입학한 과정, 뇌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새로운 꿈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표현했다.

“전남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같은 혜택을 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그녀는 자신처럼 금전적인 이유로 기초과학연구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손실이라는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소한 지역의 DGIST라는 대학을 선택한 것에는 크게 만족하고 있다. 1학년부터 어려운 전공이 아니라 음악, 미술 등을 다양한 학문을 배우며 과학을 알아가는데 치우침이 없도록 해줬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세상을 제가 꼭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 인재로 뽑혀 학업에 매진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지원해주시고 지켜봐주시는 만큼 그 기대에 보답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최씨는 에릭 캔들 (Eric Richard Kandel, 1929~)이라는 미국 생물학자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2000년 신경세포의 전달 물질과 원리 연구를 통해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며, ‘기억을 찾아서’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장녀로서 생업 전선이 아닌 공부를 하겠다는 저의 선택을 지지해준 어머니께 감사합니다. 전남의 인재육성사업이 더욱 확장돼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줄 수 있는 멋진 멘토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