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뺑소니 사고 피의자 ‘수상한 행적’…경찰, 추가 범죄 연루 가능성 수사확대
2024년 09월 30일(월) 13:15

광주서부경찰서 전경. <광주경찰청 제공>

경찰이 광주 오토바이 뺑소니 사망 사고와 관련해 고급외제차(마세라티) 운전자와 도피 조력자들이 다른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도피 조력자들이 과거 수차례 전과가 있는 점, 운전자가 가명을 써 가며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며 쉽게 대포폰을 구하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문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광주서부경찰은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인 A(32)씨와 도피 조력자들이 해외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조직 등과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범죄 연루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A씨는 수 차례 범죄 전과를 갖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동안 태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과거 광주시 북구 일대에서 거주한 적 있으나, 행정당국에서 실거주 여부 확인 결과 실제 거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지난 2일 직권으로 주민등록 말소됐다.

A씨는 태국에서는 가명을 쓴 것으로 확인됐으며, 태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서울에서 A씨의 도피를 도운 B(33)씨와 대전까지 A씨를 태워다 준 C(32)씨 또한 사기 등 혐의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B씨는 과거 A씨와 함께 수 차례 태국 등을 같이 오간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B·C씨와 사고 당시 차량에 동승하고 있던 D(30)씨 모두 자신을 무직이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를 낸 고급 외제차량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남았다.

이 차량은 서울 소재의 법인 명의의 차량이지만, 정작 차량 보험 가입자와 그로부터 차량을 빌렸다는 A씨 모두 해당 법인 소속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사고 이후 이 차량에서는 사건과 무관한 이들의 지문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법인 차량이 광주로 오게 된 것인지, 현 차량 보험 가입자가 어떻게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는지 등은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A씨의 사고 전후 행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12월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지난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서울에서 치과 진료를 받은 뒤, 지난 21일 광주로 와 친구들을 만났다.

A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24일에는광주시 서구 상무지구에서 지인인 C, D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북구 신안동에서 2차로 술을 마시겠다며 A씨는 D씨를 태우고 C씨는 다른 차량의 운전대를 잡았다.

새벽 3시 10분께 앞서 가던 D씨는 오토바이를 겨우 피해 갔지만 A씨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오토바이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2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하반신에 중상을 입었으며, 동승하던 20대 여성은 숨졌다.

사고 직후 A씨는 이들에 대한 구급조치를 하지않은 채 C씨에게 “데리러 오라”고 연락했고, C씨는 차를 돌려 사고 현장을 확인한 뒤 A, D씨를 태우고 대전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A씨의 해외 출국 항공편을 예매하기도 했다.

A씨는 대전에서 공항 버스를 타고 오전 8시 4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나, 이미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졌을 것으로 짐작해 항공편을 취소하고 서울로 향했다.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전원을 꺼 두고 서울에서 B씨와 접선해 대포폰을 전달받아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사고 발생 2일 만인 26일 밤 9시 5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B씨를 범인도피은닉 혐의로 구속하고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C·D씨 또한 범인도피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충격한 사실을 알았지만, 술을 마신데다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서 무서워 도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운행 속도에 대해 한국도로교통공단에 감정을 의뢰하고 음주 채증공식을 이용해 구체적인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조사하는 한편 A씨 등의 추가 범죄 연루 여부도 조사 중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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