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가 손바닥에서 피가 날 정도로 드럼을 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그 영화 장면을 5번 돌려보면서 저 정도는 해야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영어 실력이 안 돼 미끄러진 버클리 음대에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전남스타 200인에 선정된 신원주(16·호남신학대)군은 앤드류 네이먼이 열연한 영화 위플래쉬(whiplash, 채찍질)의 감동이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한다고 말했다. 스승을 뛰어넘어 최고가 되기위해 독기를 품고 최선을 다하는 재즈 드러머의 도전은 그가 앞으로 헤쳐나가야할 길과 거의 흡사했기 때문이다.

신군은 한 방송사에 드럼 영재로 소개된 뒤 유명세를 얻었다. 고민 끝에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로 호남신학대에 들어간 뒤 지난해 버클리 음대에 도전했다. 음악성과 연주력은 인정받았지만 영어가 전혀 안 돼 탈락 아닌 탈락을 맛봤다.

“방과 후 학교에서 기타를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인원이 다 찼다고 하더라고요. 할 수 없이 드럼반에 들어가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냥 한 번 저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버클리 음대에 도전했는데, 심사하시는 분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영어 공부를 해서 다시 도전해줬으면 한다고 해서 되돌아오기는 했지만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는 화순 ‘아트포 마을학교’에 둥지를 틀었다. 함께 음악을 하는 형,누나, 동생들과 함께 밴드 공연도 다니며 실력을 가다듬고 있다. 틈틈이 영어를 익히고 있는 신군은 내년에 다시 버클리 음대에 가서 시험을 볼 생각이다.

“제가 어린 나이에 학업을 포기하고 대학에 진학한 것도, 버클리 오디션에 합격한 것도 다 혼자가 아닌 여럿과 함께해서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었던 같습니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 생각을 갖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여러 차례 도전 때문인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자신의 실력을 매번 검증하고, 반성하면서 다시 도전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생각이 깊어졌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충분히 즐기며 성장해 나가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앞으로 전남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지역에 있는 음악창작소에서 제 첫번째 앨범을 녹음하고 발매하는 것이 꿈입니다. 개인 또는 팀 앨범 녹음 지원 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조금 더 유명해지면 전남도청 1층에서 연주회도 열고 싶습니다. 드럼 솔로연주가 거의 없는데, 독주회도 열고 싶어요.”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