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박사진학을 결정하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사를 지원할지, 어떤 분야를 공부할지, 그리고 정말로 박사과정에 입학할지, 그런 모든 것들은 개인적인 선택이었고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도비 유학생으로 선발이 되고 보니 원래 박사를 진학하고자 했던 개인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공공의 미션이 주어진 기분이 듭니다.”

전라남도 제1기 도비유학생 3명 가운데 연장자인 박진희(여·27·영암)씨는 최종 면접에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나갈 환경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그녀가 환경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대학 입학부터 8년간 꾸었던 꿈이기도 했다. 석사를 마친 그녀는 SCI급 논문 2편, KCI급 논문 1편, 특허 2개 등의 ‘실적’을 쌓았다. 2년 간 쉴 새 없이 공부하고 연구했다는 의미다.

“중금속 토양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포항공대를 찾아가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했어요.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찾아와 기다렸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남도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한다고 했을 때 반드시 전남에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었죠.”

그녀는 전남도가 유치 캠페인을 진행할 당시 열심히 응원 댓글을 달았을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유치에 실패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방사광가속기, 아니면 그 이상의 연구시설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유학기간 동안 생물학적 공법을 이용한 오염물질 분해와 친환경 수처리 기술 연구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과불화화합물입니다. 아웃도어 제품과 종이컵, 프라이팬 등 생활용품에 주로 사용되는데,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한 번 환경에 노출되면 수 백 년간 남아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18일 출국 예정인 박씨는 5년의 유학기간을 예정하고 있다. 전남도로부터 최대 1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서서히 충당해볼 생각이다.

“공부를 마친 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환경공학이라는 분야가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오랫동안 전도유망한 전공, 발전가능성 있는 전공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이제는 정말 산학연 분야에서 환경공학이 더욱 활약할 수 있는 시대가 됐으면 합니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으나 관련 분야의 인재 육성과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좀 더 다양한 세부전공의 환경공학자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자리들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고향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이어서 기쁩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많은 청년들께서도 좌절하지 않고 좀 더 힘을 내셨으면 좋겠고, 저 역시도 주위에 있는 어려운 분들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전남의 이름을 늘 생각하며 바르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