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위기와 지원 정책
2019년 08월 15일(목) 04:50 가가
[천득염 전남대 석좌교수·전남도 한옥위원장]
한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한옥에서 살아왔다. 또한 한옥은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독특한 주거 형식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민족 고유의 전통 주거인 한옥을 너무나 쉽게 버리고 말았다. 일본인들은 한옥이 비위생적일 뿐 아니라 비근대적이며 건축비도 많이 든다고 하여 은근히 건축 행위를 억압하였다. 군사정권에서도 역시 산림녹화를 목적으로 산림의 벌채는 물론 목재 건축을 짓지 못하도록 권하였다. 심지어는 목재로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전통 건축까지도 콘크리트로 짓도록 명령했다. 그래서 한때는 한옥을 콘크리트로 만들고 미색을 칠한 박정희식 전통 건축이 풍미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혼이 깃든 전통 건축을 버리고 시멘트 벽돌이나 콘크리트 건축에 익숙해져 갔다. 목조 건축은 나쁘고 콘크리트는 좋은 건축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믿게 되었고 결국 전 국토가 시멘트 건물로 뒤덮이고 말았다. 농촌 마을에까지 거대한, 15층 이상이 되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이제 한옥 목수는커녕 초가의 이엉조차도 일 사람이 사라질 지경이다. 한옥이 비싸고 불편하다는 편견 때문에 결국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호사가들만의 소유물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30만여 채의 전통 한옥이 자리하고 있고 매년 약3000여 채 가량의 한옥이 건립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옥은 어떠한 존재이고 앞으로 우리의 주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여야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옥에 배어 있는 친환경성을 보면 웰빙을 구가하려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적절한 주거 형식이 바로 한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습기와 온도를 조절해 주는 흙벽 구조, 지속 가능한 재료인 목구조, 겨울에 따뜻한 온돌과 여름에 시원한 마루의 조화, 뜨거운 태양빛을 조절하는 천정과 지붕 구조, 습기와 예법을 지켜 주는 마루의 높이, “구부러진 놈은 구부러진 대로 곧은 놈은 곧은 대로 쓴다”는 재료 사용의 탄력성, 상하의 위계가 뚜렷한 공간의 위계성 등 장점이 가득하다. 특히 앞으로 엄청난 양으로 생산되는 한반도의 목재를 수요하여야 할 시기가 도래한다면 결국 한옥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옥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들이 경향 각지에 일고 있어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특히 전라남도에서는 도지사 공관 건립을 비롯하여 관공서나 전시관 및 민박집 등을 한옥으로 짓기를 권장하고 재정적인 지원도 하여 왔다. 이는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남도 한옥마을 브랜드 조성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사업으로 이해된다. 영암에서는 국가 한옥박람회를 수년간 개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년에 1천만 명이 넘는 관람객으로 가득한 전주와 서울 북촌에는 한옥 마을이 있고 경주에서는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미 서구 주거 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국민에게 한옥 주거 방식으로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옥을 버릴 수는 없다. 따라서 한옥을 권장함에 있어 행정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일들을 잘 챙겨 보아야 한다.
우선 한옥에 배어 있는 친환경적인 장점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고 건축 비용을 절감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식 주거생활을 수용하는 표준설계도서의 작성과 건축 시공 지침서 제공, 부재의 규격화와 경량화, 목수 인력의 안정적 공급, 재정적 지원과 건축 행정의 단순화, 한옥을 통한 농민 수익 구도 마련, 한옥연구소 설립 등을 통한 중저가 한옥 기술 개발 등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보급 위주의 양적 공급, 획일적인 형태, 너무 과대한 건축 규모, 유지 관리 방안, 예산 지원의 형평성 등의 문제점 노정에 대한 보완적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일본은 목조 주거가 아주 많은 나라이다. 중국은 벽돌조 주거가 가득 들어섰다. 그러나 우리의 주거 건축은 국적이 없이 이질적인 서양식 주거로 가득 찰 날이 멀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시의 주거 비율에서 아파트가 80퍼센트를 넘는 가운데, 농촌에까지 서양식 주거 형식으로 가득 채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민족적 자긍과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선은 의식주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외교나 비즈니스에 전통 여관인 료칸을 자주 이용한다. 그곳에서 온천을 하고 식사를 하며 다다미방에서 머무르게 하면 자연스럽게 문화적 동화를 느끼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게 한다.
서구식 현대 주거가 주는 편리함은 건강에 많은 장애를 가져오고 있다. 건강한 주거에서 살기를 기대하는 우리의 바람은 곧 한민족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자의적 선택에 의하여 한옥형 주거 문화를 실현하기는 어렵다.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의 얼을 찾고, 농촌을 살리며, 주거 복지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계도하면서 이끌어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산천에서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한 한옥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미 서구 주거 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국민에게 한옥 주거 방식으로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옥을 버릴 수는 없다. 따라서 한옥을 권장함에 있어 행정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일들을 잘 챙겨 보아야 한다.
우선 한옥에 배어 있는 친환경적인 장점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고 건축 비용을 절감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식 주거생활을 수용하는 표준설계도서의 작성과 건축 시공 지침서 제공, 부재의 규격화와 경량화, 목수 인력의 안정적 공급, 재정적 지원과 건축 행정의 단순화, 한옥을 통한 농민 수익 구도 마련, 한옥연구소 설립 등을 통한 중저가 한옥 기술 개발 등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보급 위주의 양적 공급, 획일적인 형태, 너무 과대한 건축 규모, 유지 관리 방안, 예산 지원의 형평성 등의 문제점 노정에 대한 보완적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일본은 목조 주거가 아주 많은 나라이다. 중국은 벽돌조 주거가 가득 들어섰다. 그러나 우리의 주거 건축은 국적이 없이 이질적인 서양식 주거로 가득 찰 날이 멀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시의 주거 비율에서 아파트가 80퍼센트를 넘는 가운데, 농촌에까지 서양식 주거 형식으로 가득 채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민족적 자긍과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선은 의식주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외교나 비즈니스에 전통 여관인 료칸을 자주 이용한다. 그곳에서 온천을 하고 식사를 하며 다다미방에서 머무르게 하면 자연스럽게 문화적 동화를 느끼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게 한다.
서구식 현대 주거가 주는 편리함은 건강에 많은 장애를 가져오고 있다. 건강한 주거에서 살기를 기대하는 우리의 바람은 곧 한민족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자의적 선택에 의하여 한옥형 주거 문화를 실현하기는 어렵다.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의 얼을 찾고, 농촌을 살리며, 주거 복지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계도하면서 이끌어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산천에서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한 한옥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