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빌링스 여사를 추모하며
2019년 08월 06일(화) 04:50 가가
[최용주 5·18기념재단 비상임 연구위원]
뉴욕 맨하탄의 리버사이드 교회는 신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외관 때문에 뉴욕을 방문하는 여행객에게는 관광 코스로 제법 이름이 난 곳이다. 그러나 이 교회는 그 외관보다는 60∼70년대 흑인 민권 운동과 반전 운동을 후원하고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탄압받는 제3세계 민중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곳으로, 미국 내 진보적 기독교 사회 운동의 요람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베트남전 반대 설교를 한 곳이며, 넬슨 만델라도 이 교회 강단에서 남아프리카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한 국제적 연대를 호소하였다.
광주 항쟁이 비극적으로 마무리된 된 이틀 후인 1980년 5월 29일,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을 때, 이 유서 깊은 리버사이드 교회에서는 놀랍게도 광주 항쟁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특별 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대한민국 광주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국가 폭력 사태를 듣고 전율하며 서로 부둥켜 안고 통곡하고 그리고 광주와 한국을 위해 기도하였다. 문동환 목사가 대표 설교를 하였고 희생자 가족의 증언이 있었으며, 상원의원인 에드워드 케네디, 재시 잭슨 목사, 유엔 대사 앤드류 영, 미 하원 인권위원회 위원장 도날드 프레이져 등 유력 인사들이 참여하거나 또는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날의 예배는 광주의 비극을 북미 지역에 최초로 알린 행사로서, 광주 비극의 실체가 미국의 시민사회, 인권단체, 그리고 정치권으로 널리 알려지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이날의 행사는 미국의 인권단체인 북미한국인권연맹(North American Coalition for Human Rights in Korea)이 주관하였다. 북미한국인권연맹은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시절 한국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워싱턴 DC에 설립된 대표적인 인권단체로서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의 인권단체들과 국제적 연대를 형성하여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인권 신장을 위한 국내의 시민 투쟁을 음양으로 지원하였다.
특히 광주 항쟁기를 전후하여 이 단체의 활동이 두드러졌는데, 국내의 언론 통제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광주의 실상이 대부분 이 단체의 활동을 통해 미국 및 유럽 등지로 소개되었다. 광주가 무력으로 진압되던 날, 이 단체는 미국내 대표적인 인권단체들과 연명으로 카터 행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서 신군부의 무력 진압을 방조한 미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또한 한국의 기독교 계통 인권단체와 긴밀하게 연계하여 광주 항쟁 희생자 및 구속자 가족을 음양으로 도왔으며, 미국으로 망명한 윤한봉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등 도피 생활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이 단체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던 페기 빌링스(Peggy Billings)여사가 지난 7월 19일 타계하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내에 뒤늦게 알려졌다. 1928년 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9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셈이다.
빌링스는 감리교 계통의 선교사로 1954년에 한국으로 파송되어 전쟁 고아와 노숙인을 돕는 사회 선교 사업에 종사하다가 1968년에 미국으로 돌아가서 흑인 민권 운동과 반전 평화 운동에 종사하였다. 그녀는 백인이면서도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셀마 행진(Selma March)에도 참여하였으며, 기독교 계통 여성 운동 단체에도 참여하여 여권 신장에도 앞장섰다.
특히 젊은 시절에 한국에서 보낸 탓에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빌링스는 유신 헌법 제정을 계기로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심해지자 미국의 인권운동가를 비롯하여 한국의 재야 인사 등과 함께 1975년 북미한국인권연맹을 만들고 한국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 연대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빌링스를 비롯한 소속 활동가들의 열정 덕분에 7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이 단체는 미국 국무부도 자문을 구할 정도의 위상을 갖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 단체가 1978년에 한국의 인권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작성한 한국 인권 상황 보고서는 당시 카터 행정부의 한국 인권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5·18 당시 광주는 국내적으로 고립되었으나, 북미한국인권연맹의 활동이 보여준 것처럼 국제적으로는 이미 단단한 연대의 끈을 이어가고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빌링스 여사와 같은 활동가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광주는 이런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충분하게 보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광주시는 시민을 대표해서 이 분이 묻힌 곳에 조화를 보내 예를 표시해야 한다. 페기 빌링스 여사의 명복을 빈다.
이날 예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대한민국 광주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국가 폭력 사태를 듣고 전율하며 서로 부둥켜 안고 통곡하고 그리고 광주와 한국을 위해 기도하였다. 문동환 목사가 대표 설교를 하였고 희생자 가족의 증언이 있었으며, 상원의원인 에드워드 케네디, 재시 잭슨 목사, 유엔 대사 앤드류 영, 미 하원 인권위원회 위원장 도날드 프레이져 등 유력 인사들이 참여하거나 또는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날의 예배는 광주의 비극을 북미 지역에 최초로 알린 행사로서, 광주 비극의 실체가 미국의 시민사회, 인권단체, 그리고 정치권으로 널리 알려지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이 단체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던 페기 빌링스(Peggy Billings)여사가 지난 7월 19일 타계하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내에 뒤늦게 알려졌다. 1928년 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9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셈이다.
빌링스는 감리교 계통의 선교사로 1954년에 한국으로 파송되어 전쟁 고아와 노숙인을 돕는 사회 선교 사업에 종사하다가 1968년에 미국으로 돌아가서 흑인 민권 운동과 반전 평화 운동에 종사하였다. 그녀는 백인이면서도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셀마 행진(Selma March)에도 참여하였으며, 기독교 계통 여성 운동 단체에도 참여하여 여권 신장에도 앞장섰다.
특히 젊은 시절에 한국에서 보낸 탓에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빌링스는 유신 헌법 제정을 계기로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심해지자 미국의 인권운동가를 비롯하여 한국의 재야 인사 등과 함께 1975년 북미한국인권연맹을 만들고 한국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 연대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빌링스를 비롯한 소속 활동가들의 열정 덕분에 7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이 단체는 미국 국무부도 자문을 구할 정도의 위상을 갖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 단체가 1978년에 한국의 인권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작성한 한국 인권 상황 보고서는 당시 카터 행정부의 한국 인권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5·18 당시 광주는 국내적으로 고립되었으나, 북미한국인권연맹의 활동이 보여준 것처럼 국제적으로는 이미 단단한 연대의 끈을 이어가고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빌링스 여사와 같은 활동가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광주는 이런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충분하게 보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광주시는 시민을 대표해서 이 분이 묻힌 곳에 조화를 보내 예를 표시해야 한다. 페기 빌링스 여사의 명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