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에 ‘위기 뒤에는 찬스’라는 해설자의 말이 자주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 위기 상황을 보면서 이 말을 자꾸 떠올렸다. 야구 경기에서 말하는 ‘위기 뒤에 찬스’는 수비할 때 위기를 잘 넘기면 다음 공격 때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위기를 잘 극복했는데도 기회가 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이 들어맞을 때도 많다. 인생에서도 위기를 겪은 후 좋은 찬스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외교 안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찬스를 만들 수 있을까.

먼저 ‘북한 비핵화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판문점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다시 한 번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실무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양측은 의견 차이를 아직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도 큰 문제다. 위안부 재단 문제,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 문제 등을 둘러싼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갈등이 아베 정부의 갑작스런 ‘수출 규제’ 공세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아베 정부는 곧 우리나라에 대한 더욱 강력한 수출 규제 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는 외교 협상을 기본으로 하는 여러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양국 관계상 이른 시일 안에 문제가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벌어진 일이다. 첫 사례이니 만큼 신중하고도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국군 파병 문제 등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복잡다난한 외교 문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지라도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침착하게 ‘위기 뒤에 올 찬스’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최근 여러 문제에 대해 성급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로우 키(low key)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관련 정책의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 비핵화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사실 처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잘 연결해 주었다. 그런데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의 결렬 후 그런 모습이 약화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라는 연극 무대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최근 흐름을 보면 북한과 미국 모두 양자 협상으로만 가려하는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북한 비핵화 문제의 핵심적인 당사자다. 이번 협상이 잘 되느냐 못 되느냐에 따라 국익에 엄청난 영향을 받을 나라다. 문재인 정부는 어렵더라도 더욱 능동적인 자세로 협상 무대에 재진입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이대로 상황을 방치하면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위안부 재단 문제든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 문제든 이미 제시되어 있는 외교 해법들이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복수의 해법들을 들고 일본 정부와의 협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교는 국가 사이에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취하려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문재인 정부는 무엇이 국익에 이롭고 무엇이 해로운지 엄정하게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라 외교전에 나서야 한다. 그러면 온 국민이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재인 정부가 실점 위기를 잘 막고 다음 공격 때 반드시 득점에 성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