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2019년 07월 25일(목) 04:50 가가
[이정희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위원]
최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파업이 있었다. 도시락을 지참하고 등교하는 학생,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신하는 학교 등 급식 대란이 일어났다. 학생들을 볼모로 집단 이기주의를 분출한다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있었다. 반대로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 단체들의 성명이 발표되는 등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한편 도로공사, 가스공사, 분당 서울대병원 등에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실제 인천공항조차 비정규직 전환을 마무리 하지 못하는 등 한동안 공공 부문 정규직화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의 업무 지시 1호였다. 비정규직에 대해 임금, 복지, 고용을 차별하는 후진적 구조는 우리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고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공공 부문부터 우선 비정규직을 없애고 민간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같은 달 16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립하고, 7월 20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핵심은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구체적인 것은 노사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 부문부터 풀어가겠다는 정부의 구상과 의지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선언 이후 2년 2개월이 지난 지금 정규직화 진행 과정과 성과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현장에서는 갈등과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율이 84%가 넘는 등 공공 기관 비정규직 고용 안정화 문제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고, 처우 개선은 국민 부담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비정규직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처우 개선도 더디고, ‘무늬만 정규직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 전환은 미봉책일 뿐 직접 고용 방식이 아니면 지금보다 나아진 게 없고 향후 구조 조정 위험도 크다며 노사 분규로 맞서고 있다.
비정규직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수십 년간 쌓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보니 발생한 것이다. 국가 중대 현안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조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먼저 정부는 정규직화를 자율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기관별로 전환 방식과 성과가 제각각이라는 지적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 계획, 로드맵 부재를 문제의 주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따라서 전환 이후 임금·처우 수준, 예산·정원 확보 방안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노사 합의에 물꼬를 터 줘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직접 고용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기존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정규직 전환 및 차별 해소라는 대의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 고용 경직성 증대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여 좀 더 유연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전의 경우 8555명의 비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실무 회의 50회, 분과 회의 50여회 등 무려 100여 차례 이상의 소통 회의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재원 확보 방안, 대안별 장단점 등을 논의한 결과,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추진하되 처우 개선은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7019명의 정규직화가 마무리되었으며, 나머지 전환 대상자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문가 협의기구의 틀 속에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가고 있다.
비정규직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영 효율화, 고용 시장 유연성 제고 등 사회적 비용 최소화 방안이 수반되어야 한다. 결국 정규직 전환 문제는 단지 정부의 의지만으로 관철시키기는 어렵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살펴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는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의 업무 지시 1호였다. 비정규직에 대해 임금, 복지, 고용을 차별하는 후진적 구조는 우리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고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공공 부문부터 우선 비정규직을 없애고 민간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같은 달 16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립하고, 7월 20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핵심은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구체적인 것은 노사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 부문부터 풀어가겠다는 정부의 구상과 의지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선언 이후 2년 2개월이 지난 지금 정규직화 진행 과정과 성과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현장에서는 갈등과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정규직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수십 년간 쌓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다 보니 발생한 것이다. 국가 중대 현안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조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먼저 정부는 정규직화를 자율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기관별로 전환 방식과 성과가 제각각이라는 지적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 계획, 로드맵 부재를 문제의 주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따라서 전환 이후 임금·처우 수준, 예산·정원 확보 방안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노사 합의에 물꼬를 터 줘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직접 고용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기존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정규직 전환 및 차별 해소라는 대의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 고용 경직성 증대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여 좀 더 유연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전의 경우 8555명의 비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실무 회의 50회, 분과 회의 50여회 등 무려 100여 차례 이상의 소통 회의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재원 확보 방안, 대안별 장단점 등을 논의한 결과,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추진하되 처우 개선은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7019명의 정규직화가 마무리되었으며, 나머지 전환 대상자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문가 협의기구의 틀 속에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가고 있다.
비정규직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영 효율화, 고용 시장 유연성 제고 등 사회적 비용 최소화 방안이 수반되어야 한다. 결국 정규직 전환 문제는 단지 정부의 의지만으로 관철시키기는 어렵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살펴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는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