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은 ‘내가 많은 과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과학적 발견이나 성과뿐만이 아니다. 어느 사회나 조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직 구성원들이 지닌 한 명 한 명의 지혜와 역량을 합리적으로 모으는 것은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숱한 시행착오조차도 잘 정리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뉴턴처럼 거인들을 만날 수 있다면 더 큰 행운이다. 공시적, 통시적인 축적의 환경과 조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때 ‘축적 지향의 리더십’이 온전히 발휘된다면 조직이 지닌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내실 있는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흔히 어느 조직의 리더가 바뀌면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내세워 뭔가 새로운 시도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필요하다. 다만 전 단계에서 이루어졌던 성과나 가치, 실패 등을 잘 분석하고 정리해서 소중한 자산으로 삼지 못하고 차별화에만 골몰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곤란하다. 이러다 보면 정책이 사람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해질 개연성이 크다. 이는 축적이 아니라 단절이다.

사고나 재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비슷한 사고나 재난을 반복해서 겪으면서도 그때마다 분노의 목소리만 높이지 않았는지 심각하게 반성할 일이다. 동일한 인재(人災)가 반복되는 경우, 그 사회 구성원들은 분노할 자격조차 없다는 한 재난 전문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결코 원하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 얻은 소중한 자산을 헛되이 한 결과니까.

도구나 제도가 불완전하다고 해서 그 자체를 통째로 부정하거나 사람의 수행 능력까지 모두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보완과 개선의 문제이다. 결국 축적의 길은 ‘사람’의 문제이고 축적의 반복을 통해 더 큰 축적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도 그러하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단위 시간마다 개인의 축적된 역량이 다른 축적된 역량과 만나고 부딪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서 더 큰 축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그러한 교육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평생 배움에 도전하며 스스로 지식과 역량을 쌓아갈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신장시켜 주는 훈련의 장이 되어야 한다. 다만 기초·기본이 되는 지식이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는 말은 크게 들어야 한다. 개인이든 사회든 해당 분야의 고도로 축적된 지식이 곧 위대한 창의성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단순 지식 교육을 강조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칫 상황과 맥락을 무시한 채 창의성 그 자체만을 강조하거나, 엄청난 인공 지능의 위력을 상정하고 기초·기본 교육마저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말이다.

또한 축적은 나눔을 전제로 한다. 축적된 교육적 성과를 함께 나누고 함께 배울 수 있는 도구나 장치가 필요하다. ‘선생님이 콘텐츠다’라는 생각으로 구축한 광주시교육청의 수업 나눔 플랫폼(t-tube.net)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마련한 것이다. 결국 개인이나 사회, 국가 모두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을 헛되이 하지 않고 이를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 하나로 간접적인 교훈을 삼았으면 한다. 마법으로 사랑을 사려 했다가 그 누구도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했던 마녀 메데이아! 그가 테세우스에게 배신당한 아리아드네의 사례를 잘 알았더라면 한 남자를 얻기 위해 아버지를 배신하고, 남동생을 죽이며, 남을 위해 복수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아이들까지 죽이는 비극을 맛보지 않았을 텐데…. 새로움만 꿈꾸는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 탄탄한 축적에서 위대한 길을 찾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행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