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동구가 정말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독 주택 비율이 7할, 아파트가 3할을 차지할 정도로 동구에서는 고층 건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세월의 때가 묵은 노후 주거 단지는 원도심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동시에 지난한 도시 정비 사업을 요하는 숙제였다.

그러다 광주 신도심 확장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고 옛 전남도청 자리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서 원도심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광주 전체 재개발 구역 30여 개소 중 절반 가량이 몰려 있는 동구에 재개발 붐이 일면서 도시의 지도가 바뀌는 큰 변화가 온 것이다. 도시의 북쪽 계림동은 8개 주택 재개발 사업이 한꺼번에 추진되며 광대한 뉴타운이 들어서는 중이다. 도시의 남쪽 학동·지원동에서도 재개발사업이 활발하고 내남·용산·선교 지구 도시 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며 건립 공사와 입주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주거 환경 정비에 힘입어 올해 초까지 계속 이어지던 인구 유출이 지난 4월 바닥을 찍고 드디어 반등세로 돌아섰다. 5월에만 460여 명이 증가했고 용산 지구 입주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인구 10만 명 선을 곧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도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동구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도시 경영을 새롭게 할 때가 됐다.

필자는 민선 7기 1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지속 가능한 동구 발전을 위한 다음 세 가지 청사진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사람을 꽃 피우는 ‘인문 도시’다. 동구는 광주의 뿌리이면서 문화 도시 광주의 미래를 이끌어갈 배후 도시다. 시간과 공간의 변화 앞에서 ‘광주다움’을 지키고 보전하는 것은 동구의 사명이자 의무다. 인문 도시는 지금의 광주를 역사 속에 빛나게 한 소중한 가치들을 기억하고 때 묻지 않은 눈으로 나와 내 주변을 성찰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다. 리인위미(里仁爲美), 마을은 어질고 인심 좋은 곳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필자는 동구가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하기보다는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유구히 보존하고 어진 마음으로 이웃을 돌아보는 인문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둘째는 더불어 살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마을 복지’를 꿈꾼다. 민선 7기 동구 슬로건을 ‘이웃이 있는 마을’로 내걸었을 때 너무 소박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인구 10만 자치구에서 허황된 구호나 거대한 담론이 다 무슨 소용인가, 건강한 마을 생태계를 일구는 것이 최선의 복지라 믿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많은 성과를 거뒀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기존 경로당과 달리 주민들에게 개방된 소통 경로당에서는 이웃끼리 둘러앉아 나눔 밥상이, 손자 손녀와 함께하는 문화 프로그램이 때때로 열려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을 찾아주었다. 주민자치위원회, 마을활동가들이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은 참여의 폭이 넓어지고 사업의 질은 더없이 깊어졌다. 무엇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복지 수혜 대신에 지역의 근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자는 ‘주민 주도, 지역 공동체 중심’ 실천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셋째는 미래의 주역인 아동·청년에게 지역의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광주의 원도심인 동구는 외부에서 바라볼 때 ‘노쇠한 도시’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청년의 꿈이 자라는 도시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현재 동구형 아동 친화 도시 조성을 위해 아동 행복 센터와 청소년 문화의 집 건립, 다함께 돌봄 센터 유치, 재능 꿈나무 육성 등 다양한 유소년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청년 세대와 함께 만들어가는 청년 생태 도시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 자치구 중 최초로 청년 창업 허브 공간을 갖춘 동구 창업지원센터 개소, 청년 주거 사업 일환인 ‘동명하우스’ 오픈, 청년 재정 할당제 시행, 청년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 청년 세대 지원에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청사진은 ‘사람과 마을을 잇는 도시 재생’이라는 말로 아우를 수 있다. 동구가 가진 역사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주민의 참여 속에 건강한 마을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민선 7기 동구의 최종 목표다.

사람과 마을을 잇는 공동체형 도시 재생으로 광주의 종가집인 동구를 재건하고 광주다움이 있는 문화 도시의 상(像)을 세워 가는데 지역민들의 꾸준한 참여와 성원을 부탁 드린다.